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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영 Aug 19. 2022

졸업전야

무얼 거창하게 배운다거나, 혹은 남다른 젊음을 보낼 거라는 기대는 애시당초 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나의 삶으로부터 늘 한 발짝 빗겨 나가 있었던 것이니까. 

6년의 시간 동안, – 정확히 하자면 5년 반 – 청춘하면 떠오르는 갖가지 풋풋한 것들은 내 것인 적이 없었고, 거뜬하게 넘길 수 있을 줄만 알았던 높은 학점은 생각보다 높은 벽이었다.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나름의 꿈과 포부를 안고 들어선 교문이었으나 - 정작 떠나는 지금은 다소간 의기소침한 걸음을 한 채 길을 나선다.  



그렇다면 나의 대학생활은 실패한 것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고, 고단하게만 느껴졌던 그간의 강의와 대학생활은 분명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니까. 때아닌 역병으로 인해 대학생활의 말년을 그저 골방에서 허비해야만 했던 점은 가슴 아프게 다가오지만, 캠퍼스조차 제대로 밟지 못한 코로나 시대의 새내기들을 생각하자면 나는 그저 감사해마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대학에서의 시간을 실패라 규정할 수는 없으나, 지나치게 흘러가듯 살았다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주어진 것들을 해내기 급급했고, 진정 내가 하고자 하는 것과 나의 청춘을 가꾸는 일에는 게을리했다. 남들의 보폭은 얼추 맞춰나갔으나, 한 발짝을 더 디뎌 새로운 세상을 넓혀 가는 일은 해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갈팡질팡, 단지 취준생의 필수 덕목이라는 이유로 준비했던 무의미한 자격증과 어학능력. 그리고 번번히 실패만 맛 본 텅 빈 자소서, 그렇게 한참을 배회하다 나는 전혀 생각도 않던 길에 접어들었고 – 어설픈 직장인의 모습을 한 채 일단은, 그냥 걸어가 보기로 했다. 



운이 좋게 시작한 나의 대학생활은, 뱁새 다리 찢어지듯 얼렁뚱땅 흘러가고 말았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가? 문자 그대로 ‘큰 배움’이 내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많은 것을 배웠지만, 정작 많은 물음이 내 앞길에 쏟아져 있다. 나의 새로운 출발은 분명 험난하고 더 외로울 것이다. 아무도 없는 새벽 강변의 갈대숲처럼 – 어둠과 공포를, 나는 헤쳐나가야 한다.      



분명, 이 졸업은 청춘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테다. 그러나 나는 이제 무엇을 노래하며, 무엇을 꿈꾸며, 무엇을 슬퍼해야 하는가? 한참을 달려 결승점에 다다른 줄 알았으나, 이제 나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허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렇게 졸업은 불현 듯 찾아와 이제는 쫓기듯 떠나야만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어설펐던 지난 세월을 함께해 준 대학에서의 모든 인연에게 정말 고마웠다고, 그리고 함께한 모두가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다. 거창한 것들을 논하기에 우리는 다소 설익었을지 모르지만, 조금씩 자라나 분명 더욱 큰 사람들이 되었으니.     


 

실은, 아직 떠날 준비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작이 그러했듯, 완벽하지 않을 모두의 새 출발을 나는 열렬히 응원하고자 한다. 조금은 쓰라리고, 한참 헤맬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분명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다치지도 말고, 건강한 모습으로. 이왕이면 조금의 설렘도 함께하기를. 



모두의 여정이 무탈하기만을 간절히 소망한다.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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