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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영 Jun 21. 2019

해야 할 일에 조건이 어디 있나요

'반쪽짜리' 6월 임시국회를 보며

 우여곡절을 거치고 76일 만에 국회가 다시 열렸다.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의 소집 요구로 어제(6월 20일) 6월 임시국회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 있어 민주당의 사과와, 더불어 경제 청문회를 요구하며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있어 6월 임시국회는 사실상 개점 휴무인 상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경제 원탁회의를 제안하고 경제현안에 대한 논의 형식을 놓고 여야 간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는 모양새지만, 국회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출처:연합뉴스)


 국회 파행,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대 국회가 시작한 이래로 여야 간 갈등과 대치상태는 끊임없이 지속되어왔고, 그러는 동안 한국당은 지금까지 모두 17차례 국회 보이콧을 했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16년 5월 30일 이후 두 달에 한 번꼴로 국회를 파행시킨 셈이다. 여야 간 갈등 속에 고소, 고발전도 활발하게 벌어져 민주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법안 처리를 몸싸움으로 저지한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진 51명을 고소. 고발했고, 한국당도 폭행. 감금 혐의 등으로 민주당 의원 26명을 고소. 고발하였다. 20대 국회 내내 벌어졌던 여야 간 막말 공방 역시 끊이지 않는 갈등에 크게 한몫했다. 1)



이처럼 싸우기만 급급했던 국회, 과연 일을 제대로 하긴 했을까.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29.7%로, 19대 국회(32.9%)보다도 그 수치가 낮다. 끊임없이 이어졌던 정쟁과 갈등으로 입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그 주된 원인이었다.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식물 국회'라는 오명을 썼던 것을 돌이켜보면, 그보다도 못한 현 국회의 법안 처리율이 얼마나 황당하고 저조한 수치인지 짐작케 한다. 2)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는 와중에도 국회의원들이 한 달 평균 1200만 원가량의 세비를 지급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1년 기준으로는 1억 5천만 원 정도라고 하니, 가히 엄청난 돈이라고 할 수 있다. 3) 이에 화가 난 시민들이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을 올리는 등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분노 여론이 커지고 있지만, 국회는 정쟁의 늪에 빠져 여전히 멈춰있고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 있어서 여당의 사과와 경제 토론회에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의 출석을 요구하는 등 갖가지 조건을 내세우며 임시국회가 열린 어제도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에 나름의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묻고 싶다. 국회에 참석하는 것이 어째서 정쟁의 협박 수단이 되어야 하는가? 국민이 그들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했던 것은 국민을 대표해서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고 결정하는 중대한 일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바로 그것이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다. 제 아무리 정쟁과 갈등이 정치의 한 부분이라 한들, 국회 참석을 볼모로 협박을 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국회에 가서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고 의결하는 일이 바로 그들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조건을 다는 것인가?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결국 정치적 갈등을 이유로 그들의 직무유기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대체 누구인가?


그러나 이 문제는 비단 자유한국당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여당 역시 야당과의 갈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오히려 갈등을 고조시키고 각을 세우려 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당도 야당이던 시절 자행했던 수없이 많은 국회 보이콧의 역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성적인 판단과 논리적인 토론을 하기보단 싸우고, 막말하며 무작정 떼를 쓰듯 벌어졌던 국회 파행의 역사. 이처럼 각 정당이 제 할 일을 제쳐두고 도무지 누군지 알 수도 없는 ‘그들만의 국민’을 위한다며 싸워오는 동안, 세대갈등·진영 갈등 등 사회의 갈등은 극도로 심각해지고 있고, 경제난 속 많은 국민들은 살기 힘들다고 절규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도리어 현재의 상황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기 바쁘고, 국민들 삶에 필요한 수많은 법들을 회의실 한 구석에 쌓아두고는 변함없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것은 누구를 위한 정쟁인가? 왜 국회는 최악을 거듭해야만 하는 걸까?



끊임없이 벌어지는 국회 파행의 모습을 보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착잡하다. 선거철만 되면 뽑아달라며 애걸복걸하던 그들이지만 선거만 끝나면 매번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는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일말의 기대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또다시 실망하고 마는 4년의 반복. 계속되는 여야 갈등과 국회 파행, 바닥을 기어가는 법안 처리율과 정작 회의가 소집되어도 갖가기 이유를 들며 슬그머니 회의장을 빠져나오거나 참석 조차 하지 않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진정 이 나라의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아닌 총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말 묻고 싶다. 일하지 않을 거면 도대체 왜 출마했느냐고.




“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2016년 6월, 20대 국회를 시작하며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향해 다짐했던 국회의원 선서다. 3년이나 지난 지금, 과연 그들은 주어진 임무를 진정 성실히 수행해왔는가? 20대 국회 임기는 이제 고작 1년 만을 남겨두고 있다.






<출처>

1) 휴업 61일·법안 통과율 29%…20대 국회 현주소『노컷뉴스』 2019.06.04

2) 6월 임시국회도 불발? 여야 서로 ‘네 탓 공방’ 『세계일보』 2019.06.04

3) [생생경제] 국회의원님들 일 안 하고 도대체 얼마 받아요? 『YTN』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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