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앞에 서는 것이 아직 어색한 나는, 주인공도 아닌 남들의 생일파티에서 귀가 시뻘개 진 채로 서있었다. 두 손이 벌벌 떨리는 것을 들킬세라, 촛불을 붙이는 손을 잽싸게 움직였다. 아무도 보지 않기를 바랐지만, 분명 누군가는 봤을 것이다.
분명, 누군가는 봤을 것이다. 알아봤을 것이다.
지난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말과 말 사이에서 잠깐 스쳐간 표정이 어떠했는지. 무심결에 드러난 표정이 얼마나 굳어있었는지. 이왕이면 표면적인 것 말고, 내면적인 것이 들켰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나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을 그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여전히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긴장되는 까닭은 내가 원체 부족한 사람인 탓이다. 실망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들의 시선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시간에 무뎌지며 이제는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아직도 겁이 많은 아이처럼 쭈그려 들고 만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좋은 사람일까. 그렇다면 이렇게 까지 겁먹을 필요는 없을 텐데. 나는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언젠가는, 누군가는 알아주기를 바란다. 정말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지향하는지.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다르지만 당신과 같다는 것을
그 다정한 마음을 믿는다.
겁이 나지만 끝끝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