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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시스트

by 김민영 Feb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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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도 힘든 하루였다. 더 힘든 누구에게도 좋았겠지만 나 역시도 고생 많았다는 따뜻한 한마디가 필요했다. 어느 때보다 마음이 복잡했다. 잘 풀리지 않는 일 때문이기도, 나의 문제 때문이기도, 원체 이런 사람인 탓이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한 말과 생각은 날카롭게 다가와 끝내 생채기를 내고 간다.


어떤 삶은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어떤 삶은 과장되어 보인다. 어떤 삶은 경직되어 보이기도 한다. 다 보이는 것들이다. 실제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면서 하는 말들이 있다. 알지 못하는 시선이 있다. 그 시선은 끝내 옳고 그름을 가른다. 그리하여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맹혹하게 가른다. 그들에게 나는 옳은 사람, 혹은 잘못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것이 몹시도 부당하다고 느낀다. 누구도 멋대로 해석하고 이해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없다.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 복잡한 것을 쉽게 만들려는 말들이 있다. 그것들은 끝내 존재를 들여다보지 않는다. 포장된 삶의 이력을 스치듯 지나쳐 쉽게 정의한다. 그러한 마음과 말들에겐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결국 삶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과격한 말일까. 그러나 어떤 말은 사람을 쉽게 죽인다. 어떤 마음도 그렇다. 복잡한 것에는 복잡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결코 단순하게 말할 수 없다. 수십 년의 시간을 버티며 삶을 가꿔온 것은 나인데, 어찌 감히 당신들이 쉽게 판단할 수 있겠는가.


복잡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단순화하고 폭력을 가하는 이들을 소위 파시스트라고 부른다.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끝내 마음의 파시스트라고 부르고자 한다.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향해 누군가는 비수 같은 말을 날렸다. 어떤 마음은 죽음을 건넸다. 그 말과 마음을 용서할 수 없다.


마음의 파시스트들에게, 삶과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고한다. 누구보다 복잡한 당신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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