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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기보단 꾸준하게

by 김민영 Feb 24. 2025


세상은 빠르게 흘러간다지만 나의 세상은 느리게 흘러간다. 배우는 게 더뎠다. 새것을 익히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고, 쉽게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못내 미워 밤잠 설친 적도 많았다. 못하면 그만이었지만 남들 앞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예민하기까지 하여 조금만 신경이 곤두서면 곧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나이가 들면 곧잘 해낼 줄 알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스물이 되어서도, 계절이 흘러서도, 한 해가 지나도 능수능란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만 뭘 해야 하는지는 알았다. 무엇이 부족한 지 알았고, 간혹 가다 꼭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들 때면 기를 쓰고 끝까지 해냈다. 결심이 서면 포기하지는 않았다. 대단하지 않아도 뭐라도 해낸 것은 나의 특기였다.


느리지만 끝내 이룬다. 그동안의 삶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이다. 여전히 더디고 어설픈 내가 때로 초라할 때도 있다. 그러나 뭔들 곧잘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되뇌면 이윽고 마음이 편안해지게 되었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었다.


직장일이 서툴고, 사람에 서러워 힘들다는 친구의 하소연이 있었다. 사람도, 일도, 뜻대로 되지 않아 괴롭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시련을 안긴다. 때로는 발목을 잡고서 한참을 괴롭히다 놔주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누구에게나 어설프고 서툴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는 그 시간이 용기가, 누구에게는 트라우마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간을 거쳐 끝내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남았다. 그것은 그 무엇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감히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고통도, 시련도, 분명 이 삶에게 주어졌지만 내게는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그리고 긴 세월 이 삶은 감히 해내왔다고.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지난날을 되돌아보라고 말했다. 그 친구의 젊은 날은 분명 지금보다 서툴고 불안했으니까. 그러나 친구는 끝끝내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해 왔다. 그것보다 더 분명한 증거가 어디 있을까. 우리는 더디지만 끝내 해낼 수 있다.


나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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