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척에 있다고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아직 체감은 못하는 중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볼끝을 스친다. 아직 이 계절이 건재함을 몸소 증명해 보이는 듯하다.
도돌이표 되는 하루 속에서, 테헤란로를 활보하는 낯익은 얼굴들이 몇 보인다. 이름도, 이력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함께 이 하루를 시작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어떤 연민과 위안의 마음을 느낀다.
온종일 회의가 이어졌다. 업무에 대한 얘기부터 작은 축하,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토론하였다. 한참을 떠든 뒤에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고민 끝에 다 같이 도망 나가기로 작당모의를 하고, 몰래 사무실을 빠져나온다. 아직 햇살이 비치는 오후 5시의 일이었다.
늘 어둠이 드리울 때 집에 들어가다 보니, 어딘가 어색한 마음이 들었다. 동시에 짜릿한 해방감을 느낀다. 이 마음이 가시기 전에 서둘러 전철에 몸을 싣는다. 함께 집으로 향하던 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초년생으로서의 고충, 각자의 앞날, 그리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모두 노을이 저물어가던 오후의 일이었다.
어제의 일을 한참 떠들던 때가 있었다. 지나간 일을 곱씹다, 끝내 붙들려 허우적 대던 날이 있었다. 그러나 해가 드리운 오늘은 끝내 내일을 논할 수 있었다. 내일, 때로 두렵기도 때로 설레는 말이다. 오늘은 내일이 꽤나 기대되었다.
겨울의 끝자락
어느 오후의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