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한 주를 끝마치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어느덧 10년, 정겨움을 넘어서 당연한 존재에 가까워졌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쌓여간 이야기들을 술자리 위에 올려두고,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훌렁 들이켰다.
누구는 아팠고 누구는 힘이 들었다고 했다.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다. 주변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짐이었다. 물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지만, 저마다의 삶의 무게에 짓눌려가는 친구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우리는 왜 우리 몫만으로 살아갈 수 없을까. 지쳐 쓰러질 것만 같을 때, 왜 누군가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어야 하는 것일까. 왜 나는 온전히 나로서만 살아갈 수 없을까. 그들의 짐을 내가 나눠 들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나였다면 감당하지도 못할 무게였을테니.
한때는 그들의 고민에 공감하는 것이 미덕이라 믿었다. 그 아픔과 슬픔을 내 것으로 체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듣는다. 애써 헤아리려 하지 않는다. 어떤 말도 그 마음에 완전히 닿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외줄 위에 올라 서있다. 흔들리는 서로를 지켜보고 있지만, 우리는 끝내 그 손을 붙잡을 수 없다. 위태로운 너와 나를 온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그저 그 뿐이다. 찌그러진 사발을 부딪혀 막걸리를 들이킬 뿐이다.
생각해보면 산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한다. 바람을, 먼지를, 어둠을 헤치고 살아남는 것이 가히 쉬울 수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기도한다.
고단한 우리의 삶이 조금 더 무탈하기를. 내일은 조금 더 편안하기를. 모두의 나날이 안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