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장 어두운 순간, 길을 찾다

영화 <썬더볼츠*>를 본 뒤

by 김민영
oab_trl3_still_uhd_1.1.26_r_0.jpeg 영화 '썬더볼츠*' 스틸컷


마블의 신작 <썬더볼츠*>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은, 기라성 같던 기존의 영웅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들은 어딘가 주눅 들어 있고, 스스로를 루저라고 칭하며 하루하루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다. 영웅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고, 위기 앞에서 단결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순간, 그들은 삶의 가장 처절했던 순간으로부터 답을 찾았고, 끝내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거두게 된다.


데이비드 보위의 ‘Heroes’의 가사처럼, 주인공들은 역경을 딛고 그들 자신이 됨으로써 영웅이 될 수 있었다. 화려한 초능력 대신, 일개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그들의 내면에 집중하며 영화는 선택된 영웅이 아닌, 영웅으로 가는 길을 우리에게 제시하였다.


돌이켜보면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까지도 스스로를 루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시선들 앞에서 실수했던 순간들, 거듭된 실패 속에서 좌절했던 경험, 그러한 날들을 지나오며 나 자신을 ’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단정 지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간의 삶은 스스로를 패배자로 정의하는 것으로부터 발버둥 친 시간이었다. 어떻게든 잘하는 것을 찾아야 했고, 잘 살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러나 조급한 마음에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았고, 그저 뻔한 길, 편한 길을 찾아 헤맸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했고, 취직을 위해 밤낮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속에 나는 없었다. 분명 열심히 살아갔지만 마음은 텅 비어 갔다.


그렇게 한참을 찾아 헤맨 끝에, 내가 찾은 것은 방법이 아닌 태도였다. 답은 나로부터 찾아야 했다. 하루하루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그날의 나를 기록하기로 했다. 내가 겪은 일들, 나의 실수, 그리고 내가 깨달은 것들을 솔직하게 써 내려갔다. 그리고 배운 것들을 꾸준히 해내기로 했다. 일, 운동, 글쓰기, 어떤 것이든.


처음부터 잘하진 못했지만,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에 믿음이 생겼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하루, 또 하루 꾸준히 거듭하다 보면 결국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 과정을 계속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다짐. 그러다 보면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만나게 되었고, 완벽은 아니지만 변화한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나는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어렵다. 스스로 ‘루저’라 부르던 나의 모습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그 순간들도 나였고, 지금의 나를 만든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썬더볼츠*>의 영웅들은 삶의 가장 어두웠던 순간으로부터 오랜 질문의 답을 찾아냈다. 그들의 공허함과 무기력함은,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하며 조금씩 극복될 수 있었다. 나 역시 더 이상 흠결 없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어제로부터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고 싶다.


때로는 가장 어두울 때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가장 소중한 교훈은 아마 가장 어두운 순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월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