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히 잠기어 간 당신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대들이 숨죽이고 온 도시가 슬픔에 잠겼던 그날이 어느덧 10년 넘게 흘렀다는 사실은 믿을 수도,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오늘의 나는 무탈히 잘 살아가고 있다. 무사히 대학을 졸업했고 서울 어귀에 자리를 잡았으며 주어진 일을 하고 그만큼의 돈을 받으며 살아간다. 일면식도 없을 당신들, 어쩌면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를 당신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면서도 내가 당신들 몫의 삶을 마저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막중한 책임감 따위를 느끼게 된다.
그날로부터 나는 부쩍 솔직해졌다. 나의 혼란을 받아들이기로 하였고, 다행히도 조금씩 전진해 나가는 중이다. 어쩌면 당신들의 일은 나의 일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함께 슬퍼하였으니 모두 우리의 일이다. 나는 떠난 당신들이 그립다 사무치게 그립다 차디찬 바다에서 숨죽여 가던 당신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저려온다. 당신들에게도 분명 멋진 꿈이 있었을 텐데. 하고 싶은 말들도 많았을 텐데. 많은 것들을 묻은 채 말이 없는 그대들, 슬픔은 남겨진 이들의 몫인가, 그대들은 어디에 있는가.
바쁜 일상 속, 기억할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여전히 그대들을 잊을 수 없다. 이제는 잊어야 한다고, 그만 말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그럴 수 없는 일이 있다. 11년이나 지난 일임에도 어떤 일은 이렇게 짙은 흉을 남기고 만다. 어쩌면 나는 이 일을 못 잊을 운명인가 보다. 그렇다면 당신들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데 이 삶, 그리고 내게 주어진 힘을 써나갈 것이다.
잘 살아볼 것이다. 먼저 떠나간 당신들의 몫까지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해서. 내 삶과 이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그대들은 결코 헛되이 떠나지 않았다. 열여덟의 나는 이제 스물아홉이 되었지만 마흔이 되어도 쉰 하나가 되어도 혹은 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대들은 편안하여라 그대들의 꿈과 마음을 내가 기꺼이 안고 살아가겠다.
이제 우리는 같은 꿈을 꾸는 것이다.
다시는 아픔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