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샛강으로 향한다. 요즈음 밤공기는 덥지도 습하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상태라 걷기 좋았다. 미로 같던 도시는 끝내 강으로 길을 내어준다. 골목을 돌아서자 우리는 참아 둔 말을 꺼냈다. 세상을 살기에 여린 것들 그럼에도 버티고 살아가는 것들 아니 살아야 했기에 버티는 것들.
고된 한 주를 예상했지만서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군데군데서 벌어졌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은 여전히 어렵기만 했다. 일이 되게 한다는 것, 목표를 이룬다는 것, 작은 장표들이 완전해지는 것, 대시보드 속 데이터의 오류를 잡는 것이 과연 나의 목표가 될 수 있는가. 사무실 속에서, 그 위압적인 빌딩 속에서 나는 작아져만 갔다.
한 때 나는 대단한 것을 꿈꿨다. 그것이 무엇이라 말로 표현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세상 위를 누비는 것이었다. 어쩌면 텔레비전에도 나올지도 모를, 세상을 논하고 평하는 꿈을, 그러나 언제부턴가 나는 스스로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다.
헤드라이트가 연달아 밀려온다. 덜컥 겁부터 난다. 다가옴이 있으면 떠남도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모든 것이 그렇게 왔다 사라진다는 것을, 알지만서도 왜 막상 때가 되면 잊어버리고 마는지. 대단하지도 않은 것에 왜 그렇게 겁을 냈던 것인지. 때로 나는 울었고 서글퍼했다 이 존재가 너무 초라해질 때에는.
때로 나를 비참하게 했던 것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나는 알지 못했고 낯선 것들은 늘 미지 속에 있었다. 두 눈을 치켜뜨고 보아도 끝내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다른 것들은 그렇게도 달랐고 때로 강요를, 때로 상처를, 때로 무겁게 짓눌렀다. 짙은 안개 너머의 것들을 당신들은 알고 있었던가. 대단해 보이던 당신들, 생긋 웃어 보이던 당신들도 늦은 밤 나처럼 울고 있었던가, 혹은 그저 누워 침전하고 있었던가.
강가의 길을 따라 걷는 나는 결국 강도, 풀도, 불빛도 될 수 없다. 그저 곁을 떠돌 뿐이다. 그리고 보았다고, 다 알고 있다 말한다. 그러나 나는 세상의 털 끝 하나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당신들의 이름 석자뿐. 우리는 모두 각자의 궤도를 떠돌고 있다 끝내 붙들려 영원히
다 알지 못한 채
오해하며
그리고 단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