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맞으며

by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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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물린 자국이 붉게 부어오른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하려던 어제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요즘 들어 부쩍 길 건너 사람들의 얼굴이 흐릿해져 간다. 시력이 떨어진 탓이다. 처절한 노동의 상흔이라면 상흔일 것이다.


신호를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마침 등 뒤로 바람이 분다. 바삐 걸은 탓에 송골송골 맺힌 땀이 식어갈 정도로 기분 좋은.


잘 살아보려다 하나씩 잃어간 것이 많았다. 두고 온 것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내 곁에 있어주는 것이 있다. 새삼 고맙다는 말을 꺼내려다 부끄러워져 말을 잇지 못한다.


정말 잘 살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뜻대로 안 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럴 땐 버티는 것도 방법이었다. 앙상한 가지 위에 매달려있는 가을의 이파리처럼. 그들도 왜 힘든 줄 몰랐겠는가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아무 티 없이, 아무런 탈 없이, 그저 아무 일 없이 살아갈 수는 없었다. 가는 걸음마다 자주 긁혔고 주저앉았고 숨이 가빴다. 이유 없는 삶에 그토록 애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그렇게 살다 보면 조금씩 단단해졌다. 그리고 차분해졌다.


피하려 몸을 비틀어봐도 벌레는 살갗을 물고 갔다. 그리고 이따금 아프고 다쳤다. 그러나 숨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거칠고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 밖에 있었다.


바람을 맞는다 기꺼이.

숨을 내쉬다 보면 나는 조금씩 깊어져 간다.


서른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이따금 믿기 힘들 때가 있다. 드라이브 앨범 속 잠들어있던 스무 살 시절로부터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천천히 하루를 견디고 거듭하며 잘하게 된 것들이 있었다. 깊어진 것들이 있었다.


나에 대한 믿음이었다. 하루에 대한 믿음이었다. 세상에 대한 믿음이었다. 상처는 아물고 만다. 아문 뒤엔 단단해진다. 그렇게 내일은 더 잘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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