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겨울

by 김민영

흘러가듯 감상한 어느 주말 오후의 영화에서 슬퍼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소중했다는 뜻이니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의 심정은 어떨까. 위독하신 할머니를 만나 뵈러 내려간 친구는, 병원을 찾은 지 30분 만에 할머니가 떠나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마치 자신을 기다리신 것만 같이, 손을 꼭 잡은 채로 이윽고 세상을 떠나셨다며. 어느 정도 예견된 이별이었기에 생각보다 덤덤한 말투였지만 그 너머의 마음은 분명 떨리고 있었으리라.


대기에 들어차 앉아있던 찬 공기가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2월에 접어든 거리에는 조금씩 온기가 찾아왔다. 웅크려있던 사람들도 하나둘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긴 겨울에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전철에 몸을 싣고 남쪽으로 향했다. 나의 고향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도시와 들판이 번갈아 스쳐가면 비로소 집에 다다랐다.


막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는 동네의 마트가 오늘 부로 폐점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20년 전, 갯벌을 메워 신도시가 세워진 이래로 동네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오던 마트였다. 주민들의 저녁거리와 생필품을 책임지던,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던 곳이었다. 퇴근하고 마트 창가 자리에 앉아 간식을 먹는 것이 엄마의 유일한 낙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일상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마트의 폐점 소식을 전하던 엄마는 애써 덤덤한 척했지만 어딘가 헛헛한 표정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토록 소중한 것을 왜 잃어야만 했을까. 그토록 소중한 것들은 왜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걸까.


우리는 너무도 무수히 많은 이별을 한다. 어떤 이별은 가슴이 저리게 아프고 기억에 남는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정든 가족을 떠나야 했던 영화 속 두 주인공은, 벤치에 앉아 슬픈 마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기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소중했다는 말이니까. 인간의 삶은 수없이 많은 이별을 반복해야 하고, 결국 홀로 서기 위하여 먼 길을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어떤 이별이 유독 애석하게만 느껴졌다면, 함께한 시간이 더없이 특별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늘 끝이 있다. 정든 것들을 떠나보는 이들에게, 그리고 먼 길을 떠나는 이들에게 모두 안부를 건넨다. 떠나서 슬프기보다, 함께해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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