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삐걱거리는 의자 위에서 허리를 길게 빼고 앉는다 위태로웠으나 의자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거둔 적이 없었다 당연함을 의심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끝내 잃게 되리라 그게 무엇일지는 모르겠으나
주말 간 털어먹은 항생제 덕분에 온종일 속이 쓰렸다 늘 피곤한 월요일 아침이 겹치자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다 숨을 쉬듯 터져 나오는 한 숨, 긴 말 대신 침묵을 지키는 편이 어느 때보다 간절해졌다
내게 굴러오는 불행의 전조가 마냥 불행인 줄 모를 때 나는 그냥 웃었다 그리고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너무도 무심해지고 나면 당신의 불행도 불행인 줄 몰랐다 고통 속에 신음하는 당신들을 애써 외면한다 그리고 기꺼이 무시한다
절정은 일과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인생의 중대사를 앞둔 팀장이 이번 주를 끝으로 팀을 잠시 팀을 떠난다는 발표가 있었다 마땅히 축하받아야 할 일이었음에도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당신 기쁨의 편에 서지 못할 때, 나는 스스로가 불행하였다
불행의 편에 서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으나 스스로 서글퍼지는 일이었으므로 신호등의 점멸과 함께 물밀듯 밀려오는 지리멸렬한 얼굴들에 나는 잠식을 넘어 질식할 것 같았다
모두 나의 몫이다 모두 나의 탓이다 존재의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질 때
세상의 경계 너머로 영원히 도망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