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각자의 입장에서 우리는 늘 난처하였고
나는 애먼 계절이 달아나기를 바랐다
밤잠을 못이룬 전전날의 여파로 어제는 장장 12시간 가량을 잠들었다. 그러나 잠든 시간과 개운함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생활에 지쳤고 관계에 시달린 탓이었을까. 어제와 오늘의 낯빛이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순전히 빛의 각도와 채도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말을 하기 싫을 땐 쉽게 말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관계가 소원해질 때는 쉽게 관계의 끈을 내려놓는 편이었다. 마음 쓰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불편하여, 쉽게 포기하는 법을 체득했다. 감정을 삼키고 소화불량에 시달리며 살고 싶지 않아서였다.
어김없이 올라탄 전철 안,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흘깃흘깃 쳐다보는 낯선 시선도 마주친다. 모두 하나같이 거북하게 느껴졌다.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떠날 수 있었다면
갈등 속에서 늘 이별하는 상상을 했다. 먹구름이 짙게 깔린 하루였다. 눈도 오지 않는데 왜이렇게 을씨년스럽냐며 동료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모든 겨울날을 버텨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불행한 운명 중에 하나였다. 저 작은 동물들도 겨울잠을 자는데, 손에 꼽는 낭만적인 날들을 제하면 모두 괴로운 날들이었다.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될까 불안하였다. 온종일 얼어붙은 세상 속에 혼자가 될까 두려웠다. 휴대폰 속 무수히 쌓인 업데이트 대기 중 알림. 그리고 끝도 없이 답을 기다리던 메일들. 무얼 그렇게 기다리는 것일까.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을
허나 단념하지는 말자. 어떻게든 살아가는 동안 또다른 고민을 하며 또다른 생각을 적어가고 있을테니. 늘 오늘만치 난처할 것이며 불안할 것이며 슬퍼할 것이니. 오늘은 덤벨을 들고 박스를 오르내렸다. 벅찼으나 결국은 해내고 만다.
같은 길을 돌다보면 같은 것도 볼테지만
어느새 다른 계절도 찾아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