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라는 작품은 우리에게 뮤지컬을 매개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유튜브나 TV 채널 곳곳에서 레베카를 부르짖는 근엄한 노래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알감자도 드디어 기다렸던 레베카 뮤지컬 티켓팅에 성공하게 되었다. 들뜨고 설레는 기분과 함께 '이참에 레베카를 장르별로 섭렵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고 책과 영화를 통해 레베카를 미리 접해보기로 결심했다.
레베카 정복 1단계: 책으로 읽는 레베카
· 대프니 듀 모리에 작가의 고전소설 <레베카>
레베카 정복의 첫 단계는 작품의 모태가 되는 원작 소설에서부터 시작했다. '서스펜스의 여왕',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불린 대프니 듀 모리에 작가의 대표작 <레베카>. 장장 6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단편소설 못지않게 숨 막히는 흡입력을 자랑한다.
알감자가 생각할 때 글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미묘한 감정과 이야기의 흐름을 0.1 마이크로미터 단위까지 세심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나 소설 레베카는 주인공이 꿈에 그리던 맨덜리 저택에 들어가 맞닥뜨리는 실체 그리고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변모들을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섬세하게 묘사해놓았다.
진득하게 우려내고 아껴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3일 만에 마지막 장에 도달해버린 책 <레베카>. 뮤지컬을 접하기 전에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읽었는데, 만약 책을 펼쳐들지 않았더라면 퍽 후회했을 명작이다.
1938년도에 첫 출간을 시작한 이래, 8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절판되지 않고 쉴 새 없이 회자되는 고전에는 이야기가 주는 강력한 힘이 있음을 거듭 깨닫게 한 작품. 뮤지컬을 보지 않더라도 꼭 한번 읽어보길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레베카 정복 2단계: 영화로 보는 레베카
·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고전영화 <레베카>
책을 덮은 그날 저녁, 글에서 느낀 여운이 사라질세라 곧바로 레베카 정복 2단계를 시작했다. 서스펜스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고전영화 <레베카>. 1954년에 개봉된 흑백 스크린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그때 그 시절만의 색다른 감성이 느껴져 괜스레 가슴이 설렜다.
특히 흑백 영화의 도입부에 흘러나오는 인트로 음악은 굉장히 웅장하면서도 음산한 느낌이 물씬 풍겼는데, 알고 보니 이것이 히치콕 감독 작품 특유의 시그니처 포인트였다.
보통 원작을 글로부터 갖는 영화는 섬세한 감정 표현들을 영상으로 묘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히치콕의 영화는 책 속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맥락을 기가 막히게 꼬집어 한 장면으로 만들어 냈다.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은 책 한 권을 응축해놓은 시간과도 같았다.
레베카의 그림자 속에서 허덕이는 주인공과 막심. 그리고 레베카를 향한 댄버스 부인의 일그러진 충성심이 빚어낸 갈등은 영화의 말미에 다다를 때까지 심장을 쥐락펴락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주었다.
화려함과 웅장함으로 뒤덮인 맨덜리에서의 삶을 동경하였던 주인공. 그리고 유토피아 같은 맨덜리에서 펼쳐질 황홀한 삶을 상상하며 책장을 펼치고, 영화의 플레이 버튼을 누른 현실의 나(우리).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때쯤이면 맨덜리 저택의 본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아연실색하게 된다.
레베카 정복의 마지막 3단계는 충무아트센터에서 관람하게 될 뮤지컬 <레베카>다.
같은 '줄거리'를 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 책과 영화처럼, 뮤지컬 레베카도 분명 그만의 색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더군다나 옥댄버를 영접하러 가는 길인데 어찌 설레지 않을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