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라우드 마니아 ] 스토리가 있는 구름 느낌
지도의 오른쪽 사각형이 대한민국이고, 왼쪽 표시가 포르투갈이다. 아메리카 대륙이 오른쪽에 있고, 한국이 가운데 있는 한국 중심의 세계지도에서 보면 포르투갈은 우리나라에서 갈 수 있는 육지의 가장 먼 왼쪽 끝에 있다. 그야말로 세상 끝 땅끝 마을이다.
첨단 위성사진을 통해서 지구 전체를 본 적이 있는 우리의 이해와 인식을 잊어라. '지구는 둥글다'라는 상식도 잊어라. 코로나 바이러스가 항공편을 이용해서 삽시간에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조밀하게 연결된 세계도 잊어라. 몽땅 잊어라. 그럼, 아래 지도의 크기가 15세기에 유럽에 살던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었던 세상이다. 그때까지 지중해를 세상의 중심으로 삼고 옹기종기 모여서 치고받고 싸우면서 살았다.
유럽 사람 어느 누구도 눈앞에 보이는 지중해를 벗어나서 다른 바다로 나갈 생각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구는 이런 모양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지구는 편평하다. 그리고, 그 끝에 가면 지옥으로 떨어져 죽는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지중해와 육로를 통해서 온갖 진기한 물건들을 교역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때, 대륙의 모퉁이에서 큰 나라들로 둘러싸인 포르투갈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만 하는 처지였다. 그래서, 해결책은 아무도 없는, 아무도 가지 않은 바다로 나가는 것이었다.
내륙의 잔잔한 바다인 지중해를 오가며 최대한 육지에 근접하여 이동하였던 당시의 작은 배로는 거친 대서양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대서양으로 나가려는 시도 때문에 수많은 뱃사람이 죽었다. 거친 대서양의 넓은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더 크고 튼튼한 배를 만들었다. 동시에 지리와 천문학을 연구하고 항해술을 개발해 나갔다.
사하라 사막 서쪽에 보자도르 곶(Cape Bojador)이 있다. 지도에 표시된 지점이다.
지금의 지도에서 보면, 포르투갈 알가브에서 배를 타고 조금만 내려가면 되는 곳이다.
하지만, 1434년까지 유럽 사람들은 보자도르 곶이 세상의 끝이라 믿었다. 사람들은 그 너머에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고 있고 있으며, 펄펄 끓는 바다가 있어서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믿었다. 사람들의 믿음대로 그곳을 넘어간 선원들 중에는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없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420년부터 1432년까지 12년 동안 무려 14번에 걸쳐 탐험대를 보냈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실패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았다. '한번 더'를 외쳤다. 1434년에 알가브 라고스(Lagos) 출신 질 이아네스(Gil Eanes)가 15번째 시도 끝에 드디어 보자도르 곶 너머의 바다에 도달하는 데 성공하였다. 대항해시대의 출발점이다.
실패와 실패가 거듭될수록 '안된다'는 생각은 확신이 되어갔을 것이다. 돌아오지 못한 선원이 늘어날수록 죽음은 현실이 되었을 것이다. 적당한 시도 이후에 대충 포기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왜 계속했는지 모르겠다. 포기하면 안 되는 절박함이 무엇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15번째 도전에서 실패했어도 16번째, 17번째 계속 도전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내 성공하고야 말았던 그들의 선조들에 대한 포르투갈 사람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높다. 도시마다, 광장마다, 도로마다 그런 자부심을 기록해 두고 있다.
포르투갈 남부 알가브 서쪽 항구도시인 라고스 중심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Avenida Dos Descobrimentos다. 번역하자면, '발견의 도로'다. 새로운 세상을 여는 용기 있는 도전을 기억하기 위한 도로다.
지금은 아름다운 해안 절벽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지만, 거친 바다 끝에 서서, 세상의 상식을 거부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바다로 떠나는 선원들을 기억해 본다. 구름이 날아가는 산너머 밝은 하늘이 바로 그 바다다.
포르투갈 사람들의 가슴 속에 맺힌 한을 이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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