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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Dec 02. 2021

꼰대의 기원을 찾아서

전설 따라 삼십 센티

꼰대의 기원


'나 때는 말인데', 고등학교 시절에 반 친구 녀석이 대화 중에 '우리 집 꼰대가...' 이렇게 말하던 장면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꼰대'에 대한 최초의 레퍼런스다. 그리고 꼰대라는 말은 최근에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되었고, 이제는 그 친구 녀석이 지칭했던 그 꼰대의 자격을 내가 획득하게 되었다.


은어의 일반적인 특성대로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다고 '꼰대'를 조사하고 연구하시는 분들이 그렇단다. 노고에 감사드린다. 주름이 많다는 의미에서 '번데기'의 경상도와 전라도 방언인 꼰데기에서 왔다는 설과, 나이 든 세대의 상징인 곰방대가 축약되어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경상도 출신 원어민으로서 문화 언어학적 관점에서 주름이 많은 것과 번데기를 연결시킨 번데기 기원론은 수긍하기가 어렵다. 경상도에서 번데기는 잘난 체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비웃는 '번데기 앞에 주름잡는다'는 용례로 사용하기는 해도 꼰대와는 쉽게 연결이 안 된다.


친구의 '우리 집 꼰대'라는 표현을 처음 들었을 때 내가 추적하고 수용했던 의미는, 첫째, 대상은 아버지를 지칭하는 것이었고, 둘째, 상징은 우리 할아버지께서 시골에서 사용하고 계셨던 긴 곰방대 끝의 눅진눅진한 니코틴 냄새가 확 밀려왔다. 그 친구의 부친께서 '나이가 드시고, 완고하며, 무섭고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라고 쉽게 공감했다. 그래서, 꼰대의 기원에 근접한 문화 속에서 체험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곰방대 축약설'에 한 표를 던진다.




꼰대의 의미를 찾아서


꼰대는 노인이나 기성세대를 뜻하는 은어이다. 권위주의적이고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가진 어른들을 비하하는 데 유용하고, 말 한마디로 상대를 안드로메다로 보낼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이 있는 단어이다. 한 언어에서 새롭게 의미를 생성하는 신조어를 다른 언어로 설명하려고 하면 오히려 의미가 단순해지고 구체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말의 어떤 개념이나 단어가 어떻게 다른 언어로 번역되고 이해되는지 살펴보기를 좋아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미 독특하게 의미의 폭이 확대된 '꼰대'는 일대일로 치환될 수 있는 영어 단어는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영국 BBC 방송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2019년 9월 23일에 오늘의 단어로 '꼰대'를 선택하고 'kkondae'라는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BBC의 정의에 의하면, 꼰대는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 든 사람'. 그리고, '너는 항상 틀렸어'라고 한단다.


그리고, BBC의 Worklife 101에서도 직장 내에서 꼰대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는데, 어느 회사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고집불통의 상사 정도로 설명하고 있다. BBC가 꼰대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이 많다. https://www.bbc.com/worklife/article/20190718-kkondae


꼰대를 kkondae로 사용하지 않고 굳이 영어로 표현하자면, 문맥에 따라서 '시대에 뒤진 사람'이라는 의미의  has-been, '구식 고집쟁이'의 의미를 가진 fogy, 정사각형으로 '융통성이 없는 완고한 사람'의 square 정도로 번역될 수 있고, 세계적으로 베이비 부머 세대의 낡은 가치관이나 꼰대스러운 면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의미로 표현되는 'Ok, Boomer'(베이비 부머 세대의 잔소리에 '그래, 알았다니까요'로 대답하는 젊은 세대를 상상하시라) 정도가 되겠다. 정리하면, 꼰대는 '시대에 뒤진 낡은 가치관을 가진 융통성이 없이 완고한 사람'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 - 베이비 붐 세대


베이비 붐 세대란 일반적으로 각 국가에서 출산율이 높은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표현한다. 베이비 붐 세대는 20세기에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경험한 세대로, 2차 세계 대전 종료와 함께 시작된 베이비 붐 세대는 서구에선 1946~1964년생을 가리킨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한국전쟁으로 베이비 붐이 늦게 시작되었고, 일반적으로 1955~1963년생을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라고 한다. 하지만 인구 추이에 따라서 1974년생까지 범위를 넓게 잡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1955년 이후 20년간 연속으로 연간 90만 명 이상이 출생하였고, 이는 지금의 3배가 넘는다. 


http://www.hani.co.kr/arti/science/future/890924.html에서


베이비 붐 세대는 전후세대 중에서는 가장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이며, 현재 직장과 사회의 중상층에서 위치한 그룹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그들의 삶 동안에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던 나라가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민주화를 성취하였으며, 여러 가지 정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날의 풍요롭고 자랑스러운 나라를 이루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차 있는 세대이다. 그래서 나 때는 더 어려웠고, 나는 이렇게 이겨내고 성장해 왔고,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이게 정답이다라고 할 말이 많은가 보다.


꼰대가 꼰대에게 길을 묻다


단순하게 나이를 기준으로 구분하던 꼰대의 의미가 확장되면서 젊은 나이임에도 낡고 경직된 자신의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을 '젊은 꼰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가치관과 사회적 규범이 빠른 속도로 변화되어 가기 때문에 동일한 세대 내에서도 간극이 발생하고 있나 보다. 하물며 한 세대를 스쳐간 물리적 시간의 간극이 있는 나로서 꼰대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꼰대가 찾아야 할 길도 꼰대와 유사한 은어와 비속어로 찾아보자. 첫 번째 길은 '개념 없는 아저씨'를 일컬으며, 나이나 지위를 앞세워 여성이나 약자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추태를 부리는 중년 남성을 지칭하는 '개저씨'의 길이다. 두 번째 길은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노인들을 낮잡아 부르는 '틀딱'의 길이다. 세 번째는 옛 가치관과 정치 시각에 묶여있지 않은 노인들을 지칭하는 '갓 플란트'의 길이다.


지금도 충분히 머리가 단단해진 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별 수 없이 점점 더 꼰대화의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그 결과로 꼰대는 나의 불치병이 될 것이다. 이 꼰대라는 질병이 무서운 것은 자각 증세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 꼰대인데 꼰대인 줄 모른다. 분별 있고 총명하며 균형 잡힌 삶을 살던 분들이, 나이가 들면서 이념과 가치관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달려가 있는 정치인, 지식인, 종교인들을 보면 두렵다. 전두엽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안타깝다.


나이가 들면, '주머니는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이 있다. 아내에게 부탁했다. 입을 열어 주책없이 떠들고 있을 때면 꼭 말려 달라고. 그래서, 지금 발버둥 쳐야 한다. 한 줌의 가능성이라도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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