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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감기 같은 것

내 감정에 대한 교차 검증

by 화양


오늘은 펑펑 울었다.

이유는 시답잖다. 상사가 내지른 고성 한 번 때문이다.


그건 정말 우습게 들릴지도 모른다.


나는 자주 우는 아이였다. 어릴 때부터.


감정의 폭이 몹시 컸고, 화를 냈다 엉엉 울었다가 그러고 나면 좀 진정이 됐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에게도 스트레스였다.


아주 어릴 적 기억이 있는데, 너무 화가 나서 벽에 책을 전부 집어던진 적이 있다.


자해 충동, 자해와 유사한 행동, 자살 충동은 당연히 있었다.


으레 중고등학생 때는 누구나 겪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게 나이를 먹으면서 완전히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성정은 그냥 타고나는 것도 같다.


우울감이라는 건 감기 같은 것이라서, 누군가에게는 쉽게 찾아오고 누군가에게는 아주 드물게 찾아온다고.


나는 정신적으로 감기에 잘 걸리는 체질로 태어난 거다.


직업군 특성상, 그리고 내 성향 특성상 주변에 정신질환을 앓는 친구들은 당연히 많았다.

그리고 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약간의 다양한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질환을 핑계로 타인에게 의지하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에, 나이를 먹으면서 내 우울감에 관해서는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누구나 아름답고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특히나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피곤하고 힘들고 지친다. 그건 누구나 그렇다.


세상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삶은 누구에게나 지치고, 각자 지치는 이유는 다르다. 특히 평화보다는 분쟁이 더 부각되는 이런 시대에는 모두들 가짜 평화나 가짜 위안이라도 얻고 싶어 하는 법이다.


나의 고통은 오로지 나의 것이라는 생각.


그 생각이 결코 틀렸다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은 그 생각이 나를 더 깊은 늪으로 끌어들이는 것만 같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에게도 내가 지치고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털어놓으려고 한다. 너무 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독이 된다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일까. 말해도 말해도 무언가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은.


가장 가까운 이, 가장 소중한 이, 이 일에 관계된 이…… 여기저기 하소연해도 잠시 아스피린을 복용한 수준의 미미한 진통 효과만 있을 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느낀다.


가슴은 답답하고 숨은 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이유가 떠올랐다.

내가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였다.

하물며 나 스스로에게도.


나는 늘 타인의 시선과 생각은 중요치 않다고 말했으나, 역설적이게도 내 인생에 있어 그것들은 가장 중요한 가치나 다름없었다.


이해와 인정욕구는 나의 원동력이자 삶의 근간이었다.

아니, 근간이다. 지금도 그렇다.


인정받고자 행동할 때마다 추해지는 기분이다.


모든 명예에 질투가 난다.


무엇을 해야만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무엇이 나를 잡아 줄 수 있을까?


나는 도무지 왜 혼란스러운 것일까?


실은 나는 아직도 눈물을 그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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