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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 : 농구… 좋아하세요?

함 해보까? 가보자!

by 화양



유튜브, TV, SNS 중 하나만 해 봐도 알겠지만 요즘 농구가 대인기다.

나는 고등학생 때 농구공을 잡아 본 이후로는 공을 만져 본 기억조차 거의 없지만, (심지어 스포츠물에는 별 관심도 없지만) 또 유행이 왔다 하면 빠지지 않는다. 이번 농구 붐에 자연스럽게 탑승했다.


슬램덩크 극장판과 만화도 봤고, 웹툰 가비지타임도 봤다. 새 컨텐츠가 없나 생각할 무렵에 이 영화가 개봉했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장항준 감독의 사주팔자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1년 전의 나였다면 절대 관람하지 않았을 것이다. 농구 용어는커녕 룰도 몰랐다. 공을 넣어서 들어가면 득점한다는 수준밖에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농구를 좀 깔짝거려서 기본적인 경기 룰은 알고 있었고, 제목인 리바운드의 의미도 알고 있었다.


[리바운드 : 농구 경기에서 슛을 한 공이 바스켓 안에 들어가지 않고 림(rim)이나 백보드(back board)에 맞아 튕겨 나온 것을 잡아내는 기술.] (출처: 두산백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관객이었다면 대부분 리바운드의 제목이 주는 함축적 의미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작품은 '튕겨 나온 것을 잡아서 이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모든 스포츠물이 그렇다. 적어도 제목이 'SSS급 축구천재'라거나 '나 혼자 코트 위 제왕'이 아닌 이상(실제 있는 작품이라면 정말 죄송합니다) 부딪치고 꺾이고 무너져도 마치 국카스텐의 노래처럼 더 강해지지 무너지지는 않는다.


강 감독(보다 안재홍이라고 부르는 게 더 입에 붙는다…)이 2023년에 살았다면, 분명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현수막으로 걸어 놨을 거다.




아래로는 영화 리바운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하실 분들은 보지 마세요.
(실화 기반이라 스토리 이야기는 별로 없긴 합니다만…)




이 작품은 단순하고 재미있다. 깊은 상징과 복잡한 철학은 없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심지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예측할 수 있는 바로 그것! 바로 중꺾마 그 자체다.


캐릭터들이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것과 그 캐릭터들이 메시지를 갖고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본다. 둘 다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난 매력적인 캐릭터를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모든 이야기에서 생각할 거리를 얻을 필요는 없다. 이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준다기보다는 그냥 '감동'을 준다.


서사는 심플하다. 전직 농구선수가 망해 가는 농구부에서 코치를 꿰차 승리를 일구어내는 과정이며, 이 모든 것은 실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말하면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가 있다. 그 범주 안에서 모든 일이 일어난다. 완벽하게 예측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반부에서 안재홍(그러니까, 코치 말이다)이 선수들에게 '찬스가 생기면 센터한테 무조건 공 던져 주라고! 이거 아니면 이길 방법이 없다고!'라고 외칠 때 다들 직감했을 것이다. '아! 저 센터는 곧 빠지겠구나.'


그 외에도 대부분 예측 범위 내에서 많은 일이 일어난다. 이를테면 코치가 영입하러 간 멤버들이 농구부에 들어오는 과정이라든지, 첫 번째 경기는 결코 순탄하게 이길 수 없을 것이라든지, 그러나 코치가 포기할 리가 없다든지, 못 잡아먹어 안달인 규혁과 신영이 결국은 서로 화해하게 될 것이라든지(이 두 사람의 관계는 너무나 클리셰적이라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지경이었다), 발목을 다친 규혁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든지…….


진부하다고 하면 진부할 이야기였다. 심지어 가비지타임을 먼저 봤더니 내용마저 다 아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존 윅 4' 포스팅을 할 때도 이야기했지만,


진부하다고 무조건 재미없는 건 아니다.


청춘, 스포츠, 농구, 인생, 응원. 이런 키워드로 굳이 새롭고 신선한 시도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주어진 재료를 깔끔하게 손질한 느낌이었다. 특히나 엔딩 장면에서 실제 중앙고등학교 농구부의 경기 장면과 영화 장면을 겹쳐서 보여 주는 연출이 있었는데, 현실과 영화가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 좋았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지금껏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를 응원했던 마음이 함께 현실로 옮겨져 오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배우들도 실존인물과 너무 닮은 사람으로 캐스팅해서 이래서 이 사람을! 하고 깨닫는 순간이 계속 찾아온다……)


작품이 전반적으로 가볍고 통통 튀는 느낌은 있다. 경기 파트도 사실 빠르게 진행되고(2시간 안에 몇 개의 경기를 훑고 지나가다 보니 경기는 짧게 편집된다) 경기 외에는 작품에서 아주 무겁다고 느낄 만한 부분은 별로 없다. 무거워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개그 요소가 가미된다. 이건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하지만 나는 리바운드라는 영화에서만은 충분히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애초에 개그가 없었으면 지루해질 영화다. 이 영화는 애초에 웃으라고(개그적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웃으라고') 만든 영화지 탐독하고 파고들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더군다나 있는 그대로, 현실 그대로를 옮겨 오는 과정에 개그가 없었으면 아마 나는 꾸벅꾸벅 졸았으리라.


이 영화는 2시간짜리 응원가다.


리바운드가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은 매력적인 경기 장면들이 아니다. 그랬다면 편집 때 경기 장면도 더 추가했을 것이며, 카메라가 경기장보다 인물을 중심으로 잡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약자의 승리에서 오는 쾌감을 주고 싶었던 거냐 하면 또 그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각색해서 중앙고의 승리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그럼 결국 뭘 말하고 싶었던 거냐? 답은 응원이다.

코치는 계속해서 '좋아하는 걸 하자'고 말한다. 내일은 항상 불확실한 것으로 묘사되며, 택과 건주는 특별히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가 아니기에 대학에서 농구를 계속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조차 없지만, 오늘 '좋아하는 것'을 해 나가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이야기적 과장 없이, 현실이 말하건대, 그들은 대학에서도 쭉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은근히 대사들 중 '농구'라고 써도 될 것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대체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아이템이 농구이고 스포츠인 거지,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좋아하는 것'에 매진하는 사람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나 진배없다.


원래 힐링, 응원,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거의 본 적도 없고 봐도 지루해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스포츠물의 탈을 쓰고 그런 메시지를 써 넣으니 적어도 지루할 틈은 없었다.


무언가든 도전 중인 사람이라면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느끼지 못했다면 당신 몫까지 내가 다 위로받은 셈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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