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도 좋아하는 고구마로 고구마맛탕 해먹기
겨울이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 치고는 조금 따뜻한 것 같지만, 언제 어디서 찬바람이 몰려올지 모른다. 춥디추운 겨울은 인간동물에게도 비인간동물에게도 조금은 피곤한 계절이다. 어떤 비인간동물은 추위를 피해 겨울잠은 잔다지만 인간동물은 아니다. 멧돼지동물도 겨울잠은 자지 않는다.
소목 멧돼지과로 분류되는 멧돼지. 한국에서는 고라니만큼 신문기사에 자주 출몰하는 야생동물이다. 멧돼지의 분포지역이 유라시아의 중부와 남부이고 서식장소가 깊은 산, 특히 활엽수가 우거진 곳이라는 한국의 산은 멧돼지가 살기 좋은 곳 그 이상이다. 멧돼지는 원래 초식동물이었지만 토끼, 들쥐 등 작은 짐승부터 어류와 곤충에 이르기까지 아무 것이나 먹는 잡식성동물로 변화하였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내가 아직 찾지 못하였다.
멧돼지가 주로 나오는 신문기사 내용은 유해야생동물인 멧돼지가 농가를 급습하여 고구마를 먹었다거나 어미가 새끼를 낳은 뒤 젖을 먹이는 기간인 4~6월에 배가 고프고 예민해진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도심에 나왔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안 그래도 국토면적이 비교적 작은 나라인 한국에서 인간동물이 살겠다고 활엽수가 우거진 깊은 산까지 개간을 하다보니 멧돼지가 서식처를 잃고 도심까지 나오거나 농가와 가까운 곳에 터전을 잡고 고구마를 같이 먹게 되는 것이 아닌가싶다. 인간동물이 멧돼지동물의 영역을 침범하였으니 멧돼지가 보이는거다. 이런 문제는 비단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8월, OBS뉴스는 스페인에서도 코로나19 봉쇄 이후 바르셀로나나 말라가 같은 도시에 멧돼지가 나타나 무리를 지어 쏘다닌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기도 하였다.(스페인, 도시 생활 맛 들린 멧돼지에 골머리, https://c11.kr/17yi8, 2022년 8월 19일)
멧돼지도 다 배가 고프고 먹고 살자고 하는 행동인데, 무조건 조심하라거나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것은 너무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 인간동물이 산을 얼마나 헤집어두었으며 멧돼지동물이 배가고파 고구마밭을 헤집어두었겠나 이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멧돼지도 좋아하는 고구마로 고구마 맛탕이나 해보려고 한다.
원래 고구마 맛탕이 아니라 고구마 크로켓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나 귀찮고 집에 오븐이 없어서 그냥 비교적 쉬운 고구마 맛탕으로 노선을 변경하였다. 고구마 크로켓을 하려고 큐민같은 것도 사두었는데 다음 요리를 할 때 사용해야겠다.
고구마 맛탕의 재료는 매우 쉽고 간단하다. 고구마, 올리고당, 카놀라유. 단 세 가지 뿐이다.
집에 있던 고구마가 흙으로 뒤덮여 있어서 깨끗히 씻은 후에 동강동강 잘라두었다. 이렇게 자른 다음에 익혀야지 빠르게 익는다.
얼마 전에 사은품으로 받은 깊은 팬이 있어서 사용해보려고 꺼냈다. 팬에 카놀라 유를 슈욱! 뿌린 다음에 동강동강 자른 고구마를 넣어주었다.
사실 기름에 튀기듯이 익혀야하는데 그러면 시간도 오래걸리도 기름 사용량도 많아져서 먼저 전자레인지에 고구마를 돌려 설익힌 다음에 팬에 고구마를 넣은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름도 덜 쓰고 가스도 덜 쓰고 더 빠르게 고구마 맛탕을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고구마가 익은 것 같으면 올리고당을 뿌려서 단맛을 보충해준다. 올리고당은 취향껏 넣으면 되는데 단맛을 좋아하면 많이많이, 단맛을 싫어하면 적게적게 넣으면 된다. 근..데... 굳이 단맛을 싫어하는데 고구마 맛탕을 해먹을 일은 없지않나?
후훗! 빠르게 맛있는 고구마 맛탕을 요리한 다음 식사로 먹었다. 간식으로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추운 겨울.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이 다 같이 견뎌갈 수 있도록 야생동물을 위해 도토리는 최대한 줍지 말고 냅두면 좋겠다. 산에 있는 도토리는 인간동물이 아닌 산에사는 비인간동물인 다람쥐, 청설모,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