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카레에 대해 쓰기 앞서 먼저 좋은 소식 하나를 전해야겠다. 지난 여름, 업로드 되었던 서울대공원 침팬지 관복이와 관순이라 인도네시아 사파리가 아닌 서울대공원에 계속 머물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인도네시아 쪽 검역 절차가 까다로워 일정이 계속 지연돼 이송을 추진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서울대공원에 머물게 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광복이와 관순이의 인도네시아 반출을 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은 겨울을 앞두고 구황작물로 요리를 해볼까 생각하다가 만든 비건 카레를 소개해보기로 하겠다. 구황작물이라고 하면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먼저 떠올린텐데 원래 구황작물이라 함은 흉년이 들어 곡식이 부족할 때 기근을 해결하기 위해 주곡 대신 소비할 수 있는 작물을 이야기한다. 구황작물은 생산량이 기후조건에 영향을 적게 받아야 하므로 생육기간이 짧아야 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것이어야 하는데 감자, 고구마, 옥수수 외에도 조, 피, 메밀, 보리도 구황작물의 역할을 하였다. 카레에 가장 어울리는 구황작물은 아무래도 감자다 보니 감자가 들어간 비건 카레를 해보기로 하였다.
비건 카레의 재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건 카레 가루가 아닐까 싶다. 시중에서 파는 카레에는 우유나 고기가 들어가기 마련이므로 인터넷에서 비건 카레 가루를 검색하여 주문하기를 바란다. 카레 가루가 집에 도착하고 난 뒤 집 앞에 있는 마트에서 감자와 함께 당근, 토마토, 양파를 구매했고 집에 있는 크러쉬드 레드페퍼를 꺼내두었다.
먼저 토마토의 껍질을 벗겨야 하는데 꽤 귀찮은 작업이었다. 이 작업을 하기 싫으면 이미 껍질이 벗겨진채 판대하는 홀토마토를 구매하면 된다. 토마토 껍질을 벗기려면 뜨거운 물에 토마토를 데친다음 껍질을 벗겨야 한다. 나는 칼로 토마토에 십자 모양을 낸 뒤 뜨거운 물을 부은 뒤 다른 밑준비를 하였다. 이렇게 해두면 굳이 물을 끓여 토마토를 데치지 않아도 토마토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다.
뜨거운 물에 토마토를 담고 있는 사이에 감자, 당근, 양파를 깨끗이 씻은 뒤에 잘라주면 된다. 양파는 잘게 썰면 되고 당근과 감자는 대애충 큼지막하게 썰어도 된다. 어차피 오래오래 익히면 되니까 굳이 양파와 당근은 작게 자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당근, 양파, 감자를 다 자른 뒤 냄비에 기름을 넣은 뒤 양파를 볶는다. 양파를 볶는 사이에 뜨거운 물에 넣어져 있던 토마토를 꺼내 껍질을 벗겨야 한다. 사실 껍질을 넣어도 상관은 없지만 보다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서 껍질을 벗기는 것이다.
양파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마늘을 넣고, 바로 당근과 감자를 냄비에 부어버린다. 안 그러면 마늘이 타더라. 나는 간마늘을 넣어서 바로 당근과 감자를 넣지 않으면 마늘이 탔는데 통마늘을 사용한 사람이라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당근과 감자가 어느 정도 볶아지면 카레가루를 냄비에 부어버린다. 카레 가루는 물에 섞어서 넣으라고 하였지만 나는 토마토와 당근에서 나오는 수분을 사용할 계획이라 물을 넣지는 않았다. 이럴 경우 냄비가 탈 수 있으니 센 불이 아닌 약한 불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카레가루, 당근, 감자, 양파가 어느 정도 섞으면 껍질을 벗긴 토마토를 넣어서 으깨준다. 어차피 오래오래 끓여서 먹을 카레이기 때문에 아쉬워 하지 말고 가차없이 토마토를 으깨기를 바란다. 이래야지 토마토에서 나온 수분 덕분에 요리가 타지 않는다.
약불로 계속 카레를 끓이다가 크러쉬드 레드 페퍼를 넣는다. 집에 크러쉬드 레드페퍼가 없으면 그냥 고추가루를 넣어도 되고 매운 음식이 싫으면 아예 넣지 않아도 상관 없다. 조금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코코넛 밀크를 넣으면 된다.
1시간 가량 약불에 카레를 끓이면 비주얼은 별로지만 맛있는 카레가 완성된다. 내가 하는 요리는 언제나 비주얼은 폭망인 상황이지만 대체적으로 맛은 괜찮다. 집에 쌀밥이 있다면 쌀밥과 난이나 토르띠야가 있다면 난, 토르띠야를 카레와 함께 먹기를 바란다. 참고로 나는 난을 추천하지만 집에 쌀밥밖에 없어서 쌀밥에 카레를 함께 먹었다. 집근처 마트에서 난이나 토르띠야를 사서 먹고 싶었는데 우유가 들어가 있어서 구입을 하지 않았다. 난과 토르띠야까지 집에서 직접 만드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고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요리실력이 더 늘면 도전해보도록 하겠다.
구황작물은 인간동물 뿐만 아니라 비인간동물에게도 좋은 영양분이 되는 식물이다. 점차 추워지는 겨울, 나 하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에게 도움을 주는 구황작물 같은 선택을 해보길 바란다.
글쓴이: 나윤
동물이 좋아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동물이 좋아 비건이 된 사람. 동물 중에서는 대동물을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