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살지 못하는 동물들
생물이 멸종하는 것은 왜 문제시 될까? 지구에 살아가던 수 많은 생명체들은 인간이 있기 이전에도 멸종했다. 다만 지금과 다른 것이 있다면, 과거에는 멸종된 생물의 빈자리를 역동하는 생태계가 채워 나갔다. 이런 과정 속에서 생태계는 더욱 복잡해 졌고 다양해 졌다. 그러나 지금은 멸종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후 부터 1년에 100만종 중 약 100∼1000종이 멸종했다고 한다. 인류가 지구에 등장하기 전에는 1년에 생물종 100만종 가운데 0.1종이 멸종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인류가 출현하고 동물과 식물의 멸종 속도가 1000배 빨라졌다. 이렇게 빠르게 생물이 멸종하면 생태계는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듯 빠르게 무너져 간다. 결국 멸종된 동물의 빈자리를 누군가 채울 수 없으며, 빈자리만 늘어가게 된다.
야생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고 인간이 사육하는 개체만 남은 상태를 야생 절멸(野生絶滅, Extinct in the Wild, EW)이라고 부른다. 인간에 의해 길러지는 개체만 남은 시미터 오릭스, 하와이 까마귀, 괌 물총새가 그 예에 해당한다.
현재의 반려동물은 마치 야생 절멸(EW)된 것 처럼 ‘인간이 사육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너무나 힘들다. 그렇기에 수 많은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갑’이다. 그들이 반려동물을 버리면 반려동물은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아무도 우리를 고용해 주지 않으면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태와 비슷하다. 우리가 때로 ‘고용 불안’을 경험하듯이 반려동물도 ‘애정 불안’을 느낄지 모른다. 이는 반려동물도 인간들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돌아갈 자연이 있고 자연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안다면, 인간들은 고용되지 않아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며 반려동물들은 누군가 키워주지 않아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돌아갈 자연이 조금 남아있다. 하지만 수 많은 인간과 반려동물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모르기에, 불평등한 구조에 목숨을 건다. 나를 키워달라고, 나를 고용해 주라고.
비관적인 관점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생태계가 심각하게 무너져 대부분의 생물들이 야생절멸(EW) 상태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돌아갈 자연이 없는 야생 절멸(EW)된 상태의 생명체들은 인간이 사육해 주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게 된다. 인간도 돌아갈 자연이 없어져 숲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생태계가 무너진 세상에서는 스마트팜과 같은 곳에서 자라는 음식만 먹으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세상이 온다면 권력자가 만든 구조에 목숨을 거는 생명체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생태계가 망가져 갈 수록 이런 세상은 굉장히 불평등 해질 수 밖에 없다. 고용주나 사육하는 사람은 ‘갑’이 될 것이며, 고용되거나 길러지는 존재는 ‘을’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돌아갈 자연이 없을 때, 무서워 떨지 말자. 함께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새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존의 구조에서 내팽겨 진 사람들이 만들 새로운 구조는 지구를 조금씩 치유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돌아갈 자연이 생겨나고, 사육되던 동물들과 인간들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다시 배울 것이다. 그렇게 생태계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역동하게 될 것이라고 희망을 걸어본다.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