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진다.
만약 우리나라에 살아가는 나무가 모두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대부분의 건물들은 무너질 것이다. 나무와 건물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한반도의 약 70% 정도는 산지다. 크고 작은 48개의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약 4,440개의 산이 있다. 이 산들이 무너져 내리지 않고 그 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나무의 뿌리가 흙을 잘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무가 사라지면 우리나라 이곳저곳에서 산사태가 나게 되어 대부분의 것들이 흙 아래에 묻힐 것이다.
2021년 일본의 이즈산 산사태 영상을 봤는가? 130채 넘는 건물이 산사태로 사라졌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린 이유도 있겠지만,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서 나무를 잘라냈기 때문에 산사태가 보다 쉽게 일어났다.
물론 나무가 사라졌을 때 산사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나무에서 나는 과일이나 견과류는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나무에 숨어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렇게 점점 사막화가 되어 대부분의 생명체는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다.
이런 망상과도 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자연 없이 살아가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주 자연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삶과 자연은 관계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과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고 착각할지라도 자연 없이 우리는 살아가기 힘들다.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자연이 없어지면 우리의 집이 무너지기 십상일 것이며 지금까지 즐겨 먹던 음식도 먹기 힘들어진다. 사실 우리는 한 종의 생명체로서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과 끈끈하게 얽혀있다.
얼마 전 양평으로 저렴하게 나온 약 45평 정도 되는 땅을 보러 갔다. 그 땅 뒤에는 경사면이 있었다. 경사면에 옹벽 공사를 하게 되면 돈이 아까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경사면에 밑동만 남은 나무가 두 그루나 있었기 때문이다. 꽤 두꺼운 그 나무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면 그 경사면이 흘러내릴 일은 없었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다시 어린나무를 심고 옹벽 공사를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무가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라면 아마 내가 살아가는 세상도 크게 망가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러 이유에서 땅은 사지 않게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무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진다. 그렇게 나와 지구의 관계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는 한 마리의 인간종에 불과하다.
오늘 하루 나는 이 지구와 새들과 나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 어떨까? 한 마리의 동물로서 세상을 바라보면 나와 지구의 관계성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에 살아가는 수많은 이웃 동물, 식물들에게도 친절을 베풀 것이다.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