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문어 양식장의 윤리적 문제와 함께
수산물 다국적 기업 누에바 페스카노바(Nueva Pescanova)가 최초의 문어 양식장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동물권 운동가들이 지난 21일 스페인 마드리드 농업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해당 문어 양식장의 연간 ‘생산 목표’는 약 3,000톤으로 책정되었다. 이는 매년 최대 100만 마리의 문어를 도살하는 것과 맞먹는다. 지난 2020년 개봉한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은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하지만 문어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문어 양식장 반대 시위를 통해서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문어는 수족관의 닫힌 문을 열고 탈출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등 뛰어난 학습 능력을 보이는 무척추동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학대하는 사람과 잘 대해주는 사람을 구분할 수도 있다. 자연계에서는 다른 동물을 흉내 내고 주변 환경에 맞춰 피부색과 무늬를 자유롭게 바꾼다. 물론 이 연구들은 인간의 시선에 국한된다. 문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문어는 척추동물과 약 5억 년 전 진화 계통에서 갈라진, 사람과 아주 거리가 먼 동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새들은 자외선을 볼 수 있다. 그 세상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가?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새는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이다. 훨씬 가까운 친척인 새가 보는 세상도 우리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 문어의 세상을 쉽게 상상할 수는 없다. 우리는 동물들의 지식에 대해 연구할 때, 인간을 기준으로 한다. 인간과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더 뛰어난 지식을 가진 존재라는 이데올로기가 크게 자리잡혀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진화의 끝자락에, 생존하기 가장 좋은 방식으로, 저마다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떤 생물이 더 뛰어나다고 우리는 결론지을 수 없다.
돌고래쇼, 문어식용, 개 식용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우리는 이 동물들의 지식에 대해 언급한다.
“돌고래는 똑똑하기 때문에 수족관에서 살 수 없다.
문어는 똑똑하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된다.”
이런 말들을 우리는 쉽게 들을 수 있다. 인간과 지식수준이 비슷한 동물만이 소중하다는 이 생각들을 깨버리고 싶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바란다.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면, 인간과 비슷한 지식수준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죽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딘가 가둬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잊지말자.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