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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스 Jun 02. 2023

자유를 찾은 돌고래와 인간을 죽인 돌고래.

- 책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한국의 남서부 바다에 위치한 섬 제주. 제주의 앞 바다에는 제주남방큰돌고래가 서식한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꽤 오랜 기간동안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중국 남부 연안, 홍해, 아프리카 동부에 살고있는 남방큰돌고래라고 생각되어 왔으나, 2000년대 들어서 제주앞바다에 사는 큰돌고래는 제주남방큰돌고래라는 아종임을 인정받았고 그 이후 국제적 보호종으로 인정받았다.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쫓아다니며 연구를 진행하였던 고래연구소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제주의 해녀를 제외한 한국의 인간동물은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인지하지 못 하고 살았을 것이다. 제주남방큰돌고래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고래연구소에서는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숫자를 2008년 124마리, 2012년 104마리로 추정하고 있는데 해가 지날수록 계속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 중이다.


밑도끝도없으며 아무런 설명없이 제주 앞바다에 거주하는 제주남방큰돌고래 이야기를 대차게 시작한 이유는 매년 돌아오는 6월 8일이 유엔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한 '세계 해양의 날'이기 때문이다. 세계 해양의 날은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에서 열린 지구 서밋에서 캐나다 정부가 제안했으며,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2008년 12월 5일 유엔총회에서 2009년부터 6월 8일을 세계 해양의 날로 지정했다.



바다코끼리, 물범, 바다사자를 비롯하여 바다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해양포유류가 살아가고 있지만 그 중에서 고래, 특히 돌고래는 인간동물에게 신비로운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지만 그 존재감 만큼 인간동물에 의해 상처받는 존재가 되었다. 미국에서는 1972년 해양포유류의 포획을 금지하는 해양포유류보호법(MMPA)으로 인하여 야생 범고래와 고래류 포획이 금지되었으며, 캐나다에서는 2015년 발의된 돌고래와 범고래 등 고래를 감금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2019년 국회를 통과하였다(관련기사 2019년 6월 12일. 허프포스트, 기사제목 캐나다가 고래, 돌고래 포획 및 사육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사링크). 


한국에서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 공연을 하고 있던 제주남방큰돌고래 개체가 알고보니 불법포획 된 개체임이 밝혀졌고 그 중에서 제돌이가 2013년 7월 다시 제주 앞바다로 방사되었다. 제돌이가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난 것을 필두로 각종 돌고래 쇼장, 동물원, 아쿠아리움에 강제 감금되어 있었던 제주남방큰돌고래는 하나, 둘씩 바다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제돌이를 비롯한 제주남방큰돌고래의 불법포획과 방사라는 커다란 역사를 하나의 책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한겨레 남종영 기자가 2017년 출간한 책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이다. 제주에 사무실이 있는 시민단체 핫핑크돌핀스의 추적에 따르면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포획으로 잡힌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제주마린파크에서 감금되고 훈련을 받은 뒤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게 되었다. 제돌이가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며 학대를 받고 있을 무렵, 제주남방큰돌고래의 불법포획을 주도하는 제주 마린파크와 함께 거제씨월드에서도 역시나 돌고래쇼가 진행되고 있었고, 한화아쿠아플라넷 여수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는 러시아에서 벨루가를 수입해와서 '생태설명회'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벨루가 쇼를 하고 있었다.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자연 방류 이후 서울대공원에서는 돌고래쇼가 중단되었지만 제주 마린파크와 거제씨월드에서는 아직도 돌고래쇼를 하며 동물을 학대하고 있으며, 한화아쿠아플라넷 여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거제씨월드에 흰고래 벨루가가 감금되고 있다.



제돌이를 비롯한 비봉이, 금동이, 대포 등 불법포획된 제주남방큰돌고래 7마리는 바다 고향으로 돌아가 새끼를 출산하며 성공적인 바다 적응기를 보여주고 있다.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는 2016년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떠오른다. 배우 김윤석과 변요한이 주연을 맡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한국에서 인기있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의 여성 주인공 일리나의 직업은 올랜드라는 대규모 씨월드에서 근무하기는 하는 '해양생물' 전공 수의사이다. 일리나는 그린피스에서 활동하며, 범고래 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범고래 쇼에 투입되기도 하였고 결국 수조에서 범고래에게 공격을 당하는 사건을 겪게 된다. 문제는 한국에서 영화로 각색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돌고래 쇼에 아무런 관심과 생각이 없이, 불법포획된 돌고래를 영화 설정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영화가 개봉된 2016년, 한국 아쿠아리움에서 수의사가 상시 근무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나 미국의 아쿠아리움에서는 1970년대부터 3~4명의 담당 수의사가 있었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여성 주인공 연아의 직업이 돌고래 쇼를 진행하는 조련사로 바뀐 것은 원작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국의 현실과 영화제작측면의 여건을 고려한 선택이었겠지만, 영화촬영 장소가 철저하게 동물을 학대하고 돌고래를 죽이는 '거제씨월드'라는 점이 매우 아쉽다. 거제씨월드는 2014년 개장 이래 2022년까지 모두 11마리의 사육 돌고래와 흰고래가 폐사한 곳이며, 2015년 이후부터는 돌고래 폐사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애니멀라이트 2022년 4월 22일 업로드 기사, 관련 링크)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영화제작사와 두 명의 주연 배우가 동물권 인식 없이 벨루가를 만지는 체험 사진을 공개하였다는 것과 영화 개봉 당시 거제씨월드와 함께 영화예매이벤트를 진행하였다는 점이다(관련 기사 거제씨월드 ‥ ‘당신 거기있어 줄래요’, 모닝뉴스 서용찬 기자, 2016년 11월 28일, 관련 링크).


불법포획되었던 제주남방큰돌고래는 굶어죽지 않도록 죽은 생선이나마 공급을 해준 인간동물에게 어떤 감정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뒤도 안 돌아보고 아쿠아리움을 떠났다. 아직 거제씨월드, 제주마린파크, 한화아쿠아리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감금되어 있는 흰고래 벨루가와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된 큰돌고래가 빨리 자유를 찾길 바라며, 영화를 비롯한 각종 대중매체에서 최소한의 동물권 인식을 가지기를 바란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으며 우리 모두가 조금씩 나아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비자연적이고 인위적인 환경에서 행복한 동물은 없다. 한국을 비롯하여 전세계의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에 갇혀있는 모든 동물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같이 고민을 해보자. Peace!



글쓴이: 나윤

동물이 좋아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동물이 좋아 비건이 된 사람. 동물 중에서는 대동물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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