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데이팅 어플 틴더(Tinder) 고인물이다. 틴더에 가입한 후 나의 프로필을 몇 가지 사진과 글로 등록하면 다른 이들의 프로필을 하나씩 넘겨볼 수 있다. 다른 이의 프로필에 대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라이크(LIKE)와 패스(PASS). 마음에 들면 전자, 아니면 후자인 것이다. 만약 두 사람 모두 서로의 프로필에 라이크를 눌렀다면 매칭(Match)이 성사된 것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대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프로필을 만드는 것이 틴더 매칭 성사율을 높이는데 핵심 포인트다. 나는 타인의 틴더 프로필을 보고 무엇을 누를지 판단하는 데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최소한 매칭된 상대와 대화를 할 때 불편함이나 불쾌감 없이 할 수 있는가 가늠하는 기준이라고 할까. 이때 또 나의 못 말리는 동물권 비건으로서의 신념이 고개를 빳빳이 쳐든다. 다음과 같은 프로필이라면 망설임 없이 패스 버튼을 누른다. 동물 사체(a. k. a. 고기)를 프로필에 전시하는 사람. 혹은 아쿠아리움, 동물원, 동물카페에서 찍은 기념사진을 올리는 사람.
이런 식으로 동물 착취 혹은 착취 현장에서 찍은 본인 사진이 하나의 자신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해서 전시하는 사람은 나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친구로서든, 잠재적 애인으로서든 벌써 엄청난 장벽이 그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 동물권 담론에 무지해서 그럴 수 있고 알면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분명 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나도 할 말 없지만, 굳이 당장 틴더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동물권 말을 하며 그들을 설득하고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난 그런 유의 프로필이 뜰 때마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패스 버튼을 누른다. 안 그래도 피곤한 인생, 동물권이나 비건에 관한 인지도가 없는 사람에게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대화하고 싶지 않은 게으른 비건이 바로 나다.
그래서 틴더에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지금 이 지면을 빌려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로 동물 사체나 아쿠아리움, 동물원 사진을 전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 사체, 즉 ‘고기’가 공장식 축산에서 어떤 착취와 학대로 동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는 다른 글에서 이미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오늘은 전시/오락 동물의 고통, 그 중에서도 아쿠아리움에 주목하고자 한다. 틴더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아쿠아리움 방문 기념사진은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아쿠아리움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무려 77만 개 이상의 게시물이 나온다. 엄청난 숫자다. 해외 경우까지 합치면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할 테고 동물원이나 동물카페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토록 무수한 사람들이 아쿠아리움을 비롯한 전시/오락 동물 학대에 기여하고 있고, 그 경험을 공적인 성격을 지닌 SNS에 버젓이 전시하고 있다. 아쿠아리움 방문 사진을 틴더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을 보면 이런 유의 사진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문제 의식 없이, 소위 ‘감성사진’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희귀한 물살이는 물론 상어, 돌고래를 보기 위해 아쿠아리움을 방문한다. 아쿠아리움에서 찍은 사진은 마치 찍힌 이가 물속에 있는 듯 신비롭고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동시에 사진 속엔 자신이 본 귀엽고 엄청난-그들의 인스타그램 속 표현을 빌리자면- 돌고래 등 ‘구경거리’로 가득하다. 하지만 구경거리의 대상이 되는 해양생물들은 과연 아쿠아리움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돌고래가 지내고 있는(갇혀있는) 수조 환경이 적합하지 않다며 크기부터 돌고래에게 턱없이 작다고 말한다. 초대 국립생태원장이자 현재 생명다양성재단을 운영하는 최재천 대표 또한 수족관 속 돌고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역설한다. 특히 벨루가 돌고래는 북극해에서 일본 앞바다까지 어마어마하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인데, 그런 동물을 좁디좁은 수조에 가둬놓은 것이다. 아쿠아리움 운영자는 수조가 돌고래에게 최적의 환경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그저 인간중심적인, 동물착취적인 사고일 뿐이다. 동물에게는 제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감옥 그 자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벨루가는 헤엄치려고 속도를 내려고 하지만, 그러면 바로 앞에 벽이 있기 때문에 돌고 또 도는 ‘정형행동’을 하게 된다. 정형행동은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에 갇힌 동물들이 스트레스나 좁은 우리로 인해 하는 반복적이거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더불어 초음파로 의사소통과 환경 인식을 하는 돌고래에게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다시 돌아온 초음파는 그들을 이명에 시달리게 만든다. 무엇보다 인지능력이 높은 돌고래들은 자신이 인간에 의해 갇혔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돌고래들이 불행한 것은 당연하다. 거기다가 인간을 위해 쇼까지 해야 한다면 그들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신이 귀엽다고, 신기하다고, 놀랍다고 구경하는 돌고래를 비롯한 수많은 해양동물들은 불행에 잠식되어 있다. 생존에 위협까지 받으면서. 혹자는 이 사실을 몰랐다고 변명할 수 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무지는 더 이상 변명이 되기는 어렵다. 최재천 대표는 “무관심하면서 그냥 모르고 즐기는 것, 용서받을 일 아니”라고 역설한다. 우리에게 돌고래는 물론 수많은 비인간 동물을 시설에 가두고 우리의 오락거리로 삼을 권리는 결코 없다.
아쿠아리움 또는 동물원 사진을 당당하게 ‘감성사진’이라고 만족스러워하며 SNS에 올리는 이상, 자신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자유가 박탈당한 생명의 삶에 아무런 신경도 쓰기 싫고, 알기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즐기고 있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비인간 동물을 착취한 여러 시설들이 동물학대시설임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다. 알면 바뀌어야 한다. ‘돌고래를 바다로’라는 구호가 더는 허공에서 길을 잃고 사라지지 않기를 원한다.
문제의식이 퍼지고 변화가 일어나면서, 빠른 미래에 아쿠아리움 사진이 올라간 틴더 프로필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비건인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상식과 감각이 되기를 바란다. 그 날이 오면 세상 모든 돌고래들이 자신의 터전, 넓디넓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돌고래의 삶이 궁금하다면 직접 그들의 터전으로 발걸음해 멀찍이 -돌고래의 서식지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그들이 자유를 만끽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을 것이다. 생명들이 본 모습대로 뛰노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야 하다는 목적에서만 우리는 돌고래의 사진을 찍고 #돌고래를바다로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릴 것이다. 꽉 막힌 수조에 갇힌 돌고래의 사진과 #아쿠아리움 해시태그는 사라질 것이다.
확실하게 말해두겠습니다.
“아쿠아리움 사진을 올린 틴더 프로필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옳지도 않습니다.”
참고자료
글쓴이: 토란
책에 파묻혀 사는 비건 퀴어 에코 페미니스트.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사랑스러운 존재들과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모든 존재의 평화를 바라며 글을 읽고 쓰고 목소리 내고 있습니다. 현재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평화, 동물권, 페미니즘, 환경, 퀴어 등 온갖 경계를 넘나드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