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주의와 군견
군견은 태어난 순간부터 약 13개월 동안 철저하게 양성된다. 한 마리당 훈련비용이 5,000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 그렇기에 군견은 군대의 ‘보유 자산’으로 취급받는다. 군견은 크게 탐지, 수색, 추적, 경계 4가지 분야에 맞게 양성된다. 군대는 ‘양성’이라는 이름으로 개들의 자유의지를 상실시킨다. 갑자기 뛰어가고 싶은 마음,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땡깡 부리는 행동, 아쉬운 것이 있을 때 새초롬하게 삐지는 행동, 사람을 보고 행복해 발라당 드러눕는 마음은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상실된다. 개들이 가진 후각과 이타심,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이용해 군대에 맞게 개조된 것이 군견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이타심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이용해 폭력에 사용하는 것은 마치 영화에 나오는 악당이나 할 법한 일이지만 인간이 개들에게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과연 군견들은 자신들이 군대 시스템을 위해서 사용된다는 것을 알까? 군대는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 존재한다. 수 많은 국가들이 군대를 만들어 무기를 들이밀고 있다는 이유로 2022년 국방예산은 546,112억 원이다. 지구에 닥친 수많은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너무나 아이러니하고 아까운 돈이다. 모두가 총을 내려놓고,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로 약속하면 수많은 돈이 더 좋은 곳에 사용될 수 있다.
군견으로 발탁된 개는 다른 삶을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다른 개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조차 없을 것이다. 결국 선택지 없이 군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개조되지 못해서 ‘활용’되지 못하면 자신을 탓하며 일생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군대에서 태어났기에 다른 삶을 상상하지 못하는 개들처럼, 어쩌면 우리도 이 사회 시스템에서 태어나 다른 삶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군대가 없는 세상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군대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돈이 중요한 세상에 살아가기 때문에 돈을 꼭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이미 짜여진 시스템에 복무 되기 위해서 개조된다. 어릴 때부터 돈을 잘 벌 수 있는 특성만 강화된다. 돈을 벌 수 없는 우리의 특성들은 아주 오래전 땅에 파묻혀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런 우리는 돈도 안 되는 것을 즐겁다는 이유로 열심히 하는 삶을 살기 힘들어한다. 군견도 마찬가지다. 8~10살에 퇴역한 군견이 가정으로 입양하면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노령견이기도 하며, 다른 삶을 접해보지 못했던 이들은 퇴역 후 어디에도 낄 수 없어진다. 이미 아주 오래전 땅에 묻혀 버린 특성들을 끄집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생긴 대로 우리가 살아가길 바란다. 각자 다 다른 삶을 살고, 각자 다 다른 재미를 찾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좁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넓은 들판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뛰어다닐 수 없을까?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주 오래전 잃어버린 나의 일부를 찾아야 한다. 이미 우리는 이 세상에 맞게 개조되었기 때문이다. 돈 안 되는 아름답고 소중했던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린 인간들을, 군대에 복역할 때는 필요 없는 아름답고 소중했던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린 개들을 생각하며 글을 마친다.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