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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스 Jul 27. 2023

‘또 기후 위기 글?’ 아니, 조금은 다른 글

‘희망'이란 무엇인가?

지난 한 달간, 폭염과 폭우에 대한 뉴스를 끊임없이 보았다. 이 소식에 ‘이제는 못 보게 될지도 모르는, 자연 으로 가야겠다.’라는 마음이 올라왔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서 해남 두륜산에 살고 있는 1,200살 넘은 느티나무를 보러 갔다. 




거대한 나무는 경이로웠다. 
습관처럼 식상한 소원을 빌었다.

“앞으로 저의 길을 지켜주세요”



문뜩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내가 이런 소원을 몇 번이나 들었을까?”



아차 싶었다. 적어도 1000년 동안 사람들의 소원을 들었을 나무에게 이렇게나 식상한 소원을 또 던진 것만 같았다. 소원을 철회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소원을 들어줄 차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무에게 약속했다.



기후 위기가 시작되기 전,
신라에서 태어난 당신이 앞으로의 1000년도
이 숲에서 우뚝 서 있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



사실 마음속에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이미 시작된 이 기후 위기를 어떻게 할 수 없기에 그저 마음 아파할 뿐이었다. 어쩌면 희망을 잃어버렸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이제 희망을 품을 때가 된 듯하다. 눈앞에 대멸종이 있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떻게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제인 구달 박사님이 힌트를 주었다.



침팬지를 연구하다가 자연의 중요성을 30년 전부터 이야기하던 여성 과학자 제인 구달 박사님이 ‘희망의 책’이란 책을 냈다. 제인 구달 박사님은, 여전히 희망을 품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인간의 놀라운 지능’ ‘자연의 회복 탄력성’ ‘불의에 맞서는 젊은이들의 힘’ ‘굴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력’. 이것이 제가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이죠. 지구에게 귀가 있다면 아직도 ‘너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많다. 남은 시간 동안 계속 노력할게’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 말을 읽으니, 갑자기 울창한 숲보다 도시의 틈들에서 자라나는 풀들이 보고 싶어졌다. 잡초라고 불리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품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제인 구달 박사는 이렇게도 말했다. “희망은 악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악에 대한 반응이에요.”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모를지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 보자. 희망이 없다면 아무것도 안 하게 될 테니까. 희망을 품는 용기를 함께 가져보면 어떨까? 



10년 도 전에 제인 구달 박사님을 만났었다. 고등학생 때였다. 필자는 그때부터,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사회에 외쳤다. 10년 조금 넘게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 시간 동안 많이 지쳤다. 하지만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은 제인 구달 박사님을 통해 과거의 나와 연결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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