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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스 May 18. 2022

닭이 스티로폼을 좋아하는 이유

새들이 처한 먹거리와 생존 문제

닭이 스티로폼을 좋아한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물론 스티로폼은 닭의 몸에 좋지 않다. 영양가가 있지도, 쉽게 분해가 되지도 않는 화학물질이 몸에 좋을 리가 없다. 또 그것이 닭의 똥과 함께 배설되면서 땅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어떤 맛과 향이 있지도 않은데, 닭들은 기어코 그 스티로폼을 찾아내어 쪼아 먹는다.


작년 3월, 우리 집 닭들이 처음 왔을 때는 태어나지 얼마 되지 않은 병아리였다. 병아리들이 잘 살아남기 위해서는 따뜻한 온도와 야생동물로부터의 보호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집안 마루에 큰 고무대야를 놓아 따뜻한 전등을 켜주고 이불을 덮어두었다. 그리고 좀 더 따뜻하게 잠을 자라고 보온 효과가 있는 작은 스티로폼 박스를 넣어주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병아리들이 그 스티로폼 박스를 마구 쪼아 먹고 있는 것이다. 나는 매우 당황했지만 ‘배고픈가?’ 의아해하며 먹이를 더 주기도 하고, 그 박스를 빼내었다. 하지만 닭들의 스티로폼 사랑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작년 초에 시골집에 처음 들어오면서 얇은 벽에 외풍이 너무 심해 조치가 필요했다. 금전이 충분하지 않던 우리는 급하게 마을 목수님께 의뢰해 스티로폼과 갖은 목재로 벽을 덧대었다. 시공 후 남은 스티로폼은 뒷마당에 세워놓았다. 그런데 어느 날, 뒷마당에서 ‘콕. 콕. 콕’ 소리가 들렸다. 닭들이 스티로폼 알갱이를 입에 묻혀 가며 그걸 쪼아 먹고 있는 것이다. 어이쿠야. 닭들을 다그치며 먹지 못하도록 스티로폼을 가려두었다. 그런데도 몇 번이고 닭들은 방법을 찾아내어 스티로폼을 쪼아 먹었다. 어쩌다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발견하면 닭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빼어도 부리에 뭍은 스티로폼 알갱이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그 이후로 우리 집 주변에 있는 스티로폼들은 웬만하면 실내에 정리해둔다. 그럼에도 닭들이 종종 놀러 가는 옆집 뒷마당은 빈집이라 그런지 바닥에 이런저런 쓰레기가 널려 있는데, 거기서 또 스티로폼을 먹고 있었다. 그곳은 작고 날렵한 닭들처럼 내가 쉽게 넘어가서 치울 수 있는 장소도 아니다. 그들의 스티로폼 사랑에 나는 좌절했다.


스티로폼을 먹다 걸린 잎싹이, 입 주변에 스티로폼 부스러기를 뭍히고 있다. ⓒ다님

스티로폼이 그렇게 좋을까?(맛있을 것 같지는 않다) 왜 좋아하는지 어느정도 짐작이 간다. 작은 알갱이들로 촘촘하게 구성된 스티로폼은 쪼아 먹는 걸 좋아하는 닭들에게 쾌감을 주는 것 같다. 콕콕 쪼을 때마다 부드러운 알갱이가 입으로 넘어오니, 항상 먹는 걸 입에 달고 사는 닭들에게 좋은 요깃거리이지 않겠나. 닭들의 소화기관은 사람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배설될 듯하다. 그럼에도.. 스티로폼을 먹는 것은 최대한 막는 것이 좋겠다. 스티로폼은 몇백 년이 되어도 썩지 않는 지구환경의 골칫거리이니까 말이다.


닭이 스티로폼을 먹는 모습


우리 집 닭들 외에 다른 닭들도 마찬가지로 스티로폼을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국내외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보았다.

출처 - 네이버 카페 「닭 대통령」,「아름다운 농원」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봉화잡초농장」


스티로폼을 먹는 반려닭을 보고 당황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우리 집과 다를 바 없구나!

닭들이 스티로폼을 좋아하는 원인을 파악해서 뭐하겠는가... 철저히 막는 수밖에 없다.


해외의 닭 관련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의문을 가진 글을 발견했다. 그리고 스티로폼처럼 작성자가 제시한 '닭들이 좋아하지만 먹어선 안 될 주의가 필요한 물질들'을 가져와 보았다. 닭들의 생활 반경에 이 물질들이 놓이지 않도록 주의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실리콘 마감재

보통 싱크대나 욕실에서 접착제 또는 마감용, 곰팡이를 가리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2. 스테이플러(호치키스) 심, 나사, 손톱

닭들은 이처럼 작고 빛나는 것에 호기심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집 잎싹이는 땅에 떨어져 있던 나사를 먹는 바람에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유리조각, 칼심 등 사람 사는 곳에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조각들이 닭을 포함한 새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걸 유념해야 하겠다.

나사와 실리콘 등을 먹은 잎싹이의 엑스레이 사진  ⓒ혜린

3. 실타래

느슨한 끈 같은 것을 보면 물고 먹으려 하거나 장난칠 가능성이 크다.


4. 페인트 껍질

야외에 있는 오래된 기구들에서 종종 페인트 껍질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것 또한 닭들이 충분히 호기심을 가지고 먹으려 할 수 있다. 유해한 화학물질이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지금 닭들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은 꽤 오래된 시골집이다. 이전 주인이 사는 동안 뒷마당 대나무 숲에 오만가지 쓰레기를 버려두었다. 유리병부터 시작해서 깨진 도자기, 신발, 쇠 덩어리, 비닐포장지까지 없는 게 없다. 옛 어르신들은 이것이 땅에서 자연스레 썩어 없어지길 기대하신 걸까? 게다가 풀이 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흙이 쓸려내려 오는 걸 방지하려는 것인지, 숲에 비닐을 잔뜩 깔아놓았는데 그 위에 흙이 내려앉아 치울 수도 없는 상태이다. 뒷마당을 정리하며 정말 다양한 기계 부속품과 갖은 쓰레기들이 나왔다. 모두 닭들이 건드리면 안 될 위험한 것들이다. 그걸 치우느라 정말 애를 먹었다. 다행히 닭들은 별 탈 없이 잘 돌아다니는 걸 보니 이상한 걸 먹지는 않았나 보다. 그래도 밥을 제때 주지 않으면 옆집 마당으로 스티로폼 원정을 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몇 년 사이 온라인 상에서 새들이 배 속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득 채우고 죽어있는 사진이 많이 등장한다. 원인은 분명하다.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했고, 제대로 처리하지도 않은 채 방방곡곡에 버렸다. 그것은 잘게 쪼개진 채로 새들의 눈에 띄었고, 그걸 먹이로 착각하고 먹은 것이다. 점점 숲과 녹지가 사라지면서 그곳에 사는 각종 벌레들과 씨앗, 열매들의 수도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농지에서는 농약을 치기 때문에 새가 먹으면 죽을 위험이 있다. 맘 놓고 먹을거리가 부족한 것이다. 그 때문일까? 요즘 농가에서는 새 피해를 호소한다. 벼와 잡곡을 쪼아 먹는 건 물론이고, 땅에 콩이나 옥수수, 참깨를 심어놓으면 그걸 찾아 먹는다. 그렇기에 요즘 종묘사에서는 씨앗을 코팅해서 판매한다. 또는 심고 나서 부직포를 덮는다. 새에게 먹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이게 과연 올바른 해결책일까? 


닭이 스티로폼을 먹는 문제에서 시작해, 인간이 자처한 생물다양성의 위기에 대해 생각해본다.

알바트로스 ⓒChris Jordan

CHICKENS AND CHICKS INFORMATION, Why Do Chickens Eat Styrofoam? (Not What You Think), Russell Crow



글쓴이: 다님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글을 쓰고 영상물을 만듭니다. 비거니즘(채식) 주제의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 ‘베지쑥쑥’을 운영 중이며, 공장식축산업과 육식문화를 주제로 한 단편 다큐멘터리 <여름>을 연출하였습니다. 현재 생태적 자립을 위한 귀농을 하여 경남 밀양에 거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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