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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스 May 11. 2022

아픈 강아지여도 괜찮아

 손바닥 하나에 올라갈 정도로 작은 몸집의 감래. 무게가 600g 밖에 되질 않아 아픈 곳도 없을 것 같던 아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일주일 되던 날 아프기 시작했다. 밥그릇에 들어갈 것처럼 코를 박고 먹던 밥도 마다하고 뜨끈해진 몸으로 그저 잠만 자려 했다. 먹은 것도 없는 몸으로 피가 섞인 설사를 했다. 병원에 데려가니 아직 접종을 다 마치지 않아 항체가 형성되기 전의 어린 강아지들에게 흔하다는 파보나 코로나 장염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흔하다고 해서 가벼운 것은 절대 아니었다. 쉽게 어린 강아지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사율이 높은 무서운 병이었다.


 만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죽을 수도 있다니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낯선 사람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경험은 낯설었지만, 체면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코로나 장염을 진단받았다. 양성이 뜨자마자 의사 선생님들은 감래가 닿았던 배변 패드를 폐기하고 소독약을 뿌리기 시작했다. 아. 우리 감래가 걸리면 안 될 것에 걸렸구나. 실감이 났다. 약을 처방받고 돌아오는 길에 강아지 이동장을 껴안고 엉엉 울었다. 일주일은 정이 들기에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사료를 물에 불려 챙겨주면서, 아무 데나 싸버린 오줌 때문에 매일같이 이불을 빨면서, 잘 때면 꼬물꼬물 이동하는 강아지가 침대 옆으로 떨어질까 내 다리에 밟힐까 봐 선잠을 자면서. 이미 감래는 나에게 너무 중요한, 소중한, 잃고 싶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감래는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다가 약을 뱉어냈다. 나는 버둥거리며 달아나려는 아이를 붙잡고 애원했다. 너 이거 안 먹으면 죽어. 제발 한 번만. 애걸복걸하며 아이의 작은 입에 약이 든 주사기를 밀어 넣었다. 밥을 거부하는 감래의 탈수를 막기 위해 수시로 설탕물도 만들어 먹였다. 감래가 잠이 든 밤엔 뜬눈으로 코로나 장염 극복기를 검색했다. 후기 속 강아지와 감래의 증상을 비교하면서. 감래가 병을 이겨낼 가능성을 가늠하면서. 아니 사실은, 자신의 글을 찾아온 분들의 반려견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작성자들의 응원에 기대고 싶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감래는 기력을 회복했다. 마다하던 밥을 먹기 시작했다. 설사가 멎고 형체가 단단한, 건강한 똥을 싸기 시작했다. 지금도 종종 그때를 떠올리면 눈물이 핑 돈다. 우리 집에 오자마자 세상을 떠날 뻔했던 감래. 감래와 보내는 하루하루가, 이별을 유예한 지금 이 순간들이 소중하다. 그 후로 감래는 건강히 지내고 있다. 충실하게 강아지의 본분을 다한다. 밥을 헙헙헙헙 먹고, 물을 찹찹찹찹 마시고. 산책할 때는 뒷다리를 번쩍 들어 올려 마킹도 한다. 특히 감래는 공이면 환장하는 강아지라 공만 던져주면 지치는 줄도 모르고 공을 향해 돌진한다. 감래의 공을 향한 집착과 드리프트를 보고 있자면 유소년 축구단에라도 보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물론 자잘한 병치레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공놀이를 너무 과하게 하고 나면 근육통 때문에 다리 하나를 들고 절뚝거리기도 한다. 커다란 눈이 살짝 튀어나와서 그런지 눈에 다래끼가 자주 나기도 하고, 생식기에서 고름이 나와 2 넘게 약을 먹기도 한다. 무엇보다 감래는 정수리의 뼈가  닫히지 않아 아직도 천문이 있다. 이는 소형견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유전 질환이다. 예쁜 강아지, 순종 강아지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고스란히 강아지들의 온몸에 다양한 질환으로 자리 잡는다.


 감래가 아플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한다. 감래의 시간은 나와 다르게 흐르니까. 내게 큰일이 있지 않은 이상 나보다 먼저 늙고 병들고 세상을 떠나겠지. 막을 수 없는 삶의 순환 속에서 나는 얼마나 의연해질 수 있을까. 적어도 감래 앞에서는 무너지지 않을 수 있기를. 아이가 아플 때나 숨을 거둘 때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보호자로 곁에 있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할 뿐이다.



글쓴이: 미성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고진이와 감래와 산책을 합니다.

가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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