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라는 영토(2)
유리성을 나온 아이는 어깨 위에 푸른 매를 얹고 길을 떠났다.
아이의 손에는 여전히 붉은 깃발이 들려 있었다.
아이는 단단한 땅을 찾았다.
깃발을 꽂을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곳을.
그러나 회색지대는 교묘했다.
발을 디디면 잠시 형태를 갖추는 듯하다가,
이내 무너져 내렸다.
아이의 발자국은 자꾸 지워졌고, 깃발은 바람 한 줄기에 쓰러졌다.
“여기는 아닌가 봐.”
아이의 목소리는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그때였다, 안개 속에서 한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아이는 온몸에서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빛은 질서 없이 일렁이며 아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색들은 서로를 침범했고, 아이는 그 안에서 울고 있었다. 감정의 아이였다.
사고를 가진 아이와 감정을 가진 아이.
둘은 서로를 오래 바라보았다.
하나는 너무 정제되어 비어 있었고,
하나는 너무 충만해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말없이 손이 맞닿았다.
서로의 결핍이, 설명 없이 서로를 알아보았다.
“지혜의 동굴이 있어.”
감정의 아이가 말했다.
“거기 가면… 나만의 땅을 찾는 법을 알려준대.”
두 아이는 함께 길을 나섰다.
지혜의 동굴은 차갑고 거대했다.
동굴의 벽면에서는 거룩하지만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답을 구하러 왔느냐.”
동굴은 사고의 아이에게 말했다.
“너의 땅을 얻고 싶다면, 네 안의 미세한 떨림을 완전히
통제하라. 감정은 불순물이다.”
이번에는 감정의 아이를 향했다.
“너의 빛을 지키고 싶다면, 네 안의 사고를 억압하라.
사고는 칼날이다.”
두 아이 사이에 차가운 침묵이 흘렀다.
깃발을 꽂기 위해,
서로를 지워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푸른 매가 날아올랐다.
매는 아이들의 가슴 위로 내려앉아, 부리로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이 목소리는 지혜가 아니야.”
“눈을 감아."
바깥의 동굴이 아니라,
너희 안에 있는 동굴로 내려가.”
두 아이는 눈을 감았다.
외부의 거대한 음성은 멀어지고,
숨과 심장 박동소리 만이 남았다.
그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귀한 것을
그 아이에게 주어라.”
사고의 아이는 자신의 어깨에서,
푸른 매를 날렸다.
매는 날개를 펼쳐 감정의 아이에게로 날아갔다.
매의 날갯짓이,
소용돌이치던 색들을 하나씩 정리해나갔다.
색들은 싸우는 대신 연결되기 시작했다.
혼란은 리듬이 되고, 빛은 예술이 되었다.
감정의 아이는 가슴 깊은 곳에서,
가장 진한 색의 정수들을 꺼냈다.
슬픔의 파란색,
기쁨의 노란색,
분노의 붉은색.
그 색들은 사고의 아이에게로 스며들었다.
무채색이던 그 마음에,
형형색색의 색들이 빛을 발했다.
사고는 처음으로 '살아 있음'의 충만함을 느꼈다.
그 순간 지혜의 동굴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다.
아이들은 더 이상 깃발을 꽂을 땅을 찾지 않았다.
이미 느끼고 있었다.
사고와 감정이 함께 숨 쉬는 이 자리,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이 마음이
그들의 영토라는 것을.
아이가 말했다.
“내 마음이… 나의 땅이야.”
아이들은 그날,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