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를 하시겠어요?"
새벽 두 시.
막 잠이 들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흠칫 놀라 전화를 받았다.
“여기 병원인데요…”
어젯밤 늦게까지 응급실에서
의식 없는 엄마와 의료진 사이에서 씨름하다
자정이 넘어 겨우 집에 돌아왔었다.
응급실에서 온 전화였다.
엄마의 이산화탄소 수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며
결정을 내려 달라고 했다.
인공호흡기를 하시겠냐는 질문이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의사는 설명을 이어갔다.
인공호흡기는 연명치료의 시작이고,
2주쯤 후에는 목에 구멍을 뚫어야 할 수도 있다고.
의료진의 목소리는
멀리서 웅웅거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결정을 해주세요.”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릿속이 왕왕 울렸다.
“언제까지 결정해야 하나요?”
“30분 안에는 해주셔야 합니다.”
30분.
나는 화들짝 놀랐다.
전화를 끊었다.
새벽 두 시.
큰 남동생은 해외여행 중이고,
여동생은 아마 울기부터 할 것이고,
막내는 이 시간에 전화를 받을까.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해외에 있는 큰 남동생에게 보이스톡을 걸었다.
길게 울렸지만 받지 않았다.
그곳도 새벽일 것이다.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긴장하고 있었던 듯 바로 받았다.
상황을 설명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울음이 터졌다.
나는 다독이지 않았다.
의견을 물었다.
답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다시 큰 남동생에게 보이스톡을 걸었다.
이번에는 전화를 받았다.
“여행 중이라 전화 안 하려고 했는데…”
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동생이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르더니
신음하듯 울었다.
그 소리 속에서
나는 엄청난 자기비판을 들었다.
“아무도 이런 일이 올 줄 몰랐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며 위로했다.
“너 생각은 어때?”
한참을 신음하던 동생이 말했다.
“연명치료는… 아니잖아.”
전화를 끊었다.
마치 내가 저승사자인 것 같았다.
막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전화를 받았다.
상황을 설명하자 그 아이도 울었다.
“네 생각은 뭐야?”
울며 말했다.
“연명치료는 아닌 것 같아.”
전화를 끊었다.
숨이 답답했다.
깊게 숨을 내쉰 뒤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인공호흡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짧게 말했다.
의사는 가족 모두의 의견이 맞는지 다시 물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전화기를 들고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그러다 울음이 터졌다.
엉엉 울었다.
마치 내가
저승사자가 된 것 같았다.
그날 내가 한 일은
누군가의 삶을 끝내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고통을 더 늘리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 밤의 무게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오래동안,
그 새벽 두 시를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