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야기] 심연의 끝에서

그녀 이야기 시리즈 (4)

by 파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신을 알고 싶었다.

왜 매번 누군가에게 삶의 운전대를 맡기려 하는지,

내 안의 이 참을 수 없는 허기는 대체 무엇 때문인지.

그 갈증의 끝에서 그녀는 심리상담 대학원을 만났다.


목회자의 강한 반대가 그녀를 망설이게 했다.

그럼에도 참을 수 없는 마음의 허기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그의 시선을 피해 몰래 대학원 첫 학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간절한 기도에도 목회자는 결국 소천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예배당,

벽에 걸린 그의 사진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때는 절대적인 권위였고, 때로는 증오의 대상이었으며, 끝내 연민의 조각이었던 분.

사진 속의 그는 마치 "그동안 애썼다, 고마웠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그녀는 그곳을 떠났다.

미련은 없었다. 할 수 있는 모든 헌신을 다했기에 가질 수 있는 완전한 홀가분함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타인의 서사에서 벗어나 '자신의 서사'가 시작되는 문턱에 섰다.


교회를 옮기고 가볍게 길을 나서려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발목을 잡던 족쇄는 풀렸으나,

오랫동안 갇혀 지낸 죄수처럼 광활한 자유 앞에서 그녀는 다시 두려움과 불안을 마주했다.


대학원에서 만난 심리학 이론들은,

이런 그녀의 혼란스러운 내면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말해 주었다.

럼에도 여전히 그녀의 복잡한 심경은 안갯속에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전의 그녀와 달랐다.


이제는 알고았었다.

이 불안을 대신 짊어져 줄 구원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견딜 수 없이 두렵고 외로울지라도,

오직 자신의 두 발로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갈 때에만

비로소 '나'라는 존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전공 서적을 펼쳤다.

그것은 생존이 아닌,

진짜 '살아있음'을 향한 그녀의 두 번째 열병의 시작이었다.

수요일 연재
이전 03화[그녀 이야기] 의존이라는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