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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D Aug 03. 2021

변화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과거의 나 말고 현재의 나

종종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예전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주말마다 밖에 안나간 적이 없는데.'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나서서 처리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었는데.' 

'퇴근후에 운동도 하고 영어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어쩌다보니 다 과거형이 됐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고 되뇌었다. 


"모든 것은 변화 가능하고, 변화만이 영원하다"

이 문장은 요즘 읽고있는 [극작의 기술]이라는 책에 나오는 문장이다. 평범한듯 보이지만 뾰족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다이어리 한 구석에 위 문장을 옮겨쓰곤 한참을 보았다. 나에게 딱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내가 요즘 가장 괴로운 것은 저것 때문이었다.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라고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전같지 않게 금방 지치는 체력이 너무 두려웠다. 무기력함이 두렵고 하루가 다르게 하얗게 변하는 머리카락을 보는것이 싫었다. 주름이 늘어가는 눈가가, 저녁만 되면 퉁퉁붓는 종아리가 싫었다. 너그럽지 못하고 작은일에 종종거리는 모습이 싫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무감해지는 내가 싫었다. 책 읽는것이 귀찮고 잠만 자려는 내가 세상 게을러 보였다. 자꾸 자꾸 싫은 것이 늘어갔다. 이러다 내 삶 전체를 싫어하게 될 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변화 가능하고, 변화만이 영원하다" 이 문장을 보았을 때,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이 있었다. 맞다. 나는 변화 가능하고, 변화했다. 나이가, 삶이, 경험치가, 주변환경이. 당연히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일리가 없잖은가. 스무살의 체력이 마흔의 체력과 다르듯 그때의 긍정이 지금은 아닐수도 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내가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삶을 대하는 열정의 방향은 시간, 공간, 나의 현재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원래 그랬던 사람은 없고, 지금의 내가 있을 뿐이다. '그랬었던'것이 내가 아니라 지금이 나다.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어쩌면 나는 힘도, 체력도 다른 과거의 나와 싸우고 있던 것은 아닐까. 


살면서 변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원하든 원치않든 어떤 모양으로든 계속 바뀌어 갈 것이다. 외형도, 내면도. 끊임없이. 이왕이면 나의 현재를 받아들이고 나의 변화 속도에 발맞추어 살고 싶다. '그때는 그랬었지만 지금은 이래' 하고 덤덤히 현재를 살고 싶다. '원래 그랬던'은 없다. 현재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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