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외출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토요일엔 혼자 또는 지인이나 가족과 약속을 잡는다. 일요일은 현관 문밖을 한 발작도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 하루라도 온전히 쉬어야만 다음 한 주를 버틸 수 있달까. 이번 주는 일요일에 일정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토요일에 쉬기로 했다. 3개의 알람을 다 끄고 암막커튼도 치고 잔 터라 아침 8시쯤 잠에서 깼다. 화장실에 잠시 다녀온 뒤 다시 침대에 누웠다. 포근한 이불속이 좋았다. 넷플릭스로 영화라도 한 편 볼까 하고 휴대폰으로 [비포선셋]을 틀곤 이내 잠들었다. 다시 깨어났을 땐 12시가 다 되어있었다. 평일엔 6시간을 자는 것도 쉽지 않으니 오랜만에 푹 잤다.
방과 베란다, 주방을 어슬렁 거리다가 수북이 쌓여있던 수건들을 세탁기에 넣었다. 며칠간 먹고 쌓아두기만 하던 싱크대의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정리했다. 냉장고를 뒤적여 요깃거리를 찾아냈다. 냉동 탕수육과 며칠 전 먹다 남긴 치킨 몇 조각이었다. 오븐에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되니 손이 안 가서 좋았다.
식사 후 다시 침대에서 빈둥거렸다. 휴대폰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을 읽었다. 어제 못 본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봤다. 빨래를 널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밤새 침대와 내 몸 사이에 자석 기능이 생성됐나 의심될 정도로 침대 위가 좋았다. 오늘따라 책을 읽어야 한다거나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안 했다. 흘러가는 대로 스스로를 놔뒀달까. 아무렇지 않았다. 평소엔 하지도 않는 휴대폰 게임도 했다.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화면에 뜬 광고를 보다가 재미있을 것 같아 다운로드하였다. 같은 색 구슬을 맞춰 부숴야 하는데 나름 머리도 써야 하는 게임이었다. 한 판만 해볼까 하고 시작한 것이 두 판이 되고 세 판이 되고...
침대를 벗어난 시간은 오후 6시가 넘어서였다. 어느새 밖은 어둑해져 있었다. 배가 고프진 않으니 차 한잔 마시러 가 볼까.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 입고, 캡 모자를 눌러쓰고 동네 카페로 왔다. 따뜻한 페퍼민트 한잔을 호록 거리며 마셨다.
참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