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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고 Dec 22. 2021

요가로 살아가는 법 좀 배울게요.

적당한 힘

    요가를 시작한 지 이제 3년 정도 된 것 같다. 맨 처음에는 요가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20명씩 하는 곳에 함께 가려니 선생님의 동작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너무 잘하는 사람이 많아 나만 허우적허우적 거리는 꼴이 우스꽝스러워서 자꾸 빠지게 되었다. 게다가 몸매에 자신이 없는 나는 괜히 뱃살이 접히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이는 것이 창피할 따름이다. (그러면서 죽어도 살은 못 빼고 있다.)


    선생님이 “이 자세를 하면 왼쪽 허리에 힘이 들어가서 시원합니다.”라고 말하는데 난 다리에 힘이 부들부들 들어가고 있다. 이건 아니다. (뭔가 잘못되었다.) 그래서 큰 마음먹고 요가 1대 1 레슨을 집에서 받기로 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내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요가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말했다.

“대부분 학생들 가르치다 보면 힘을 쓸 줄 몰라서 고생하는데 회원님은 온몸에 너무 힘을 써서 힘드네요. 근력은 그래서 그런지 너무 좋으세요. 호호”


    그러고 보니 나는 요가를 할 때 손가락 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새로운 자세를 배우면 더더욱 그렇다. 말초신경 끝까지 긴장하여 온 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본다. 비틀다 보면 어떻게든 자세가 만들어지기도 하여 선생님이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얼굴이 시뻘게지고 몸은 바들바들 떨린다.


    선생님이 하신 말을 기억하며 힘을 빼보도록 한다. 손에 힘을 조금 풀어보고 어깨에 우뚝 솟아있는 승모근에게 휴식하라고 말을 건넨다. 이완을 했을 때, 이 동작이 만들어진 이유를 깨닫는다. 조금은 힘을 풀었을 때, 동작이 의도한 부위에 힘이 느껴진다.


    나는 항상 이랬던 것 같다. 모든지 시작할 때 온몸에 힘을 잔뜩 준다. 공부를 하겠다 마음먹으면 연필을 그 누구보다 꽉 쥐고 공부를 하고, 러닝을 할 때도 무진장 열심히 뛴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도 애니메이션 효과음 저리가라로 강약 조절, 변조, 성대모사를 함께 섞어가며 읽어준다. (그리고 뻗는다.) 내가 책 읽는 것을 보더니 성우로 커리어 전환하라고 이야기 한 친구가 한둘이 아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아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그래서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고 러닝 속도도 매우 빠르며, 아이가 나에게만 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세이펜을 죽어도 안 쓴다.)


    요가를 계기로 커다란 통찰을 얻었다. 의도적으로 20%는 힘을 빼라고 스스로에게 다독거린다.

    조금은 힘을 뺐을때 재미가 살아나며, 러닝 할 때 주변 야경이 보이며, 책을 읽어줄 때 아이의 호기심 어린 표정이 보인다.

    그럴 때, 지금 이 순간이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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