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 사고 하기
서비스 기획자는 말 그대로 기획자라 개발을 할 줄 모르죠. 그래서 개발자와 협업을 하는데, 가끔은 알 수 없는 말 투성이이고, 나는 간단하다 생각한 기능이 개발적으로 복잡하다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개발 공부 할 거에요!
이렇게 울분을 토해내는 기획자도 여럿 보았습니다. 자신의 말이 통하지 않으니 답답한 것이지요. 저도 역시 개발을 모르는 기획자지만, 기획자는 개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제 나름의 철학을 말씀 드리려고요.
먼저 개발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아래 2개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보통은 개발에 대해 까만 화면에 기계식 키보드로 코드를 넣는 것을 상상합니다. 그래서 개발을 배우겠다며 책을 산 초보 기획자들은 "Hello World"를 찍어보고 뿌듯해 합니다. 내가 코딩을 해서 화면에 문자가 나왔다며 신기해하죠. 하지만, 저는 이러한 기술의 경험보다는 개발의 업무 방식, 즉 수학적 사고에 대한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는 문제 해결 혹은 새로운 일을 위해 수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입니다. 이 것을 구현하기 위해 서버 세팅도 하고 개발 언어를 사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죠. 그러한 기술은 개발자 고유의 것이고요.
내가 어떤 기능을 구현하고 싶을 때, 이 것은 어떤 과정으로 처리되는 일일까? 라는 것을 조금 더 수학적으로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개발자와의 협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 개발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기획자라면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제가 초보 기획자일 때 개발자에게 이런 요청을 했었어요. "최신 문서이긴한데 조회수가 n이상인 것들만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이 때 저와 일하던 시니어 개발자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죠.
"지금 뽑고 싶은 데이터를 엑셀로 만든다고 생각하고 정리해봐요."
그래서 저는 열심히 해보았습니다. 문서가 만들어진 시간 순으로 보이는데, 이 중에 조회수가 n 이상이면 이 표에 체크하고 이 것만 나오게 하면 되겠다. 그런데 조회수가 n이상인 거는 언제 보고 표시하면 되는거지? 내가 표시하고 있는 도중에 최신 문서가 생기면 어떡하지? 이렇게 하나씩 고려해야 할 대상이 늘어납니다. 이런 것들은 개발자에게 모두 맡겨도 문제는 없습니다. 그들은 전문가이니까요.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연습이 쌓이면 기획자에게도 큰 힘이 되고, 개발자와의 협업도 더욱 즐거워 집니다.
이제 막 기획을 시작한 초보자라면, 내가 만들고 싶은 기능을 단순 표/엑셀 표를 이용한 소팅/순서도, 이 3가지 포맷 중에 하나로 최대한 자세하게 정리를 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분명 내 생각에 오류가 많아는 것을 금방 발견하게 될 겁니다. 지난 번에 쓴 글에서 서비스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라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 인 것 같기도 하네요.
저는 좋은 개발자들을 만나 늘 많이 배우고 부족한 점을 잘 채워왔는데, 여러분도 좋은 동료 만나시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