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역할은 어디서부터 어디일까
서비스 기획을 할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해야 할 일까요? 처음 이 일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을 보면, 어떤 부분을 생각하지 못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그건 그냥 되는 건 줄 알았어요
막상 처음 실전에 들어가면, 이런 것 까지 사람이 다 일일이 해야하는구나라는 사실에 다들 깜짝 놀라곤 합니다.
"1박 2일 여행을 가는데, 잠자리 복불복 게임을 하는거야. 벌칙은 까나리 액젓 마시기" 라는 아이디어를 내면, 1박2일 방송을 바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런 메인 기획이 나오기까지 한 고민과 그 시간은 엄청나죠. 하지만 막상 실행 단계에 들어가면, 이러한 메인 기획을 실현시키기 위한 상세한 기획과 준비가 엄청난 부분을 차지합니다.
섭외한 장소에 까나리액을 놓을 테이블은 있을까, 까나리액은 몇 병을 들고가야 모자라지 않은 적정량일까, 까나리액은 어떤 브랜드가 가격이 저렴한가, 까나리액을 재미있게 먹으려면 물하고 얼만큼 섞어야하나. 이런 기획과 준비요. 내가 이러한 준비를 하거나, 혹은 누구에게 준비하라고 할당해주거나, 누가 할 지 알고있는 상황이거나, 이 셋 중에 하나여야 촬영에 차질이 없겠죠.
내가 기획하는 서비스도 똑같습니다. 서비스의 컨셉이 잘 잡혔다면 내 기획력의 20%는 이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점검하고 컨셉이 살아날 수 있는 디테일을 고민하는 곳에 쏟고, 나머지 80%는 기본 기획을 챙기면 됩니다. 이러한 비중은 내가 PM인지, 특정 분야의 담당인지, 신입이지에 따라 바뀌게 마련이지만 이제 막 기획을 시작하셨다면 저 정도 비율이 적당합니다.
예시처럼 방송이라면, 화면에 나올 모든 물건을 챙기면 되고 그 다음에는 화면을 나오게 할 요소를 고민하면 되겠죠? 전기, 조명, 카메라 이런 것들이요.
서비스 기획에서도 똑같이 먼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궁금해하고 대답해보면 됩니다.
까나리 액젓은 어디서 사올까?
이 화면의 썸네일은 어디서 불러오는 것일까?
까나리 액젓을 넣은 컵을 테이블에 몇개나 놓을까?
한 페이지에는 글 리스트가 몇 개가 적당할까?
까나리 액젓의 상표는 뜯을까, 가릴까? 다른 병에 옮겨 닮을까?
이 화면의 썸네일은 원본을 불러와서 줄일까? 크롭해서 쓸까? 사용자가 따로 올리게 할까?
까나리 액젓이 촬영 도중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이 화면에 불러올 데이터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까나리 액젓 게임을 하다 정전이 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찍지?
이 화면을 쓰다가 통신이 끊기면 어떻게 해야하지?
서비스 화면에 보이는 모든 요소에 대해 그 요소가 있을 때, 없을 때, 잘못 되었을 때에 대한 생각을 펼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건 누가 챙기고 있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그 대부분은 보통 나의 일이고, 기존부터 유지되던 서비스라면 담당자가 있을테니 찾아가서 물어보면 됩니다.
내가 기획한 멋진 서비스가 세상에 빛을 보게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 일이 많고 그 일이 모두 내 일이며 즐겁게 하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기획을 시작해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