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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Nov 29. 2016

피드백, 내 것으로 소화하기

피드백에 숨은 뜻 찾기

서비스 기획을 하다 보면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내가 며칠을 준비했는데.. 회의 자리에서 처음 내용을 들은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죠. 단편적으로 쏟아내는 피드백을 보면 '그래서 어쩌라고'하는 생각도 들 것이고요.


결국 이 일을 잘 되게 만들고 싶다면 이 피드백을 알차게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하겠죠?


제가 읽고 또 읽고 또 읽는 책 '창의성을 지휘하라'에는 이런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인크레더블' 대사에 관한 피드백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했다

영화 '인크레더블'을 제작하던 중, 사내 피드백을 받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밥(미스터 인크레더블)과 헬렌(엘라스틴 걸)의 부부싸움 장면을 지적합니다. 헬렌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대화라 불쾌했고, 대화 내용을 순화해 달라는 피드백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감독은 그 피드백을 받고 해당장면의 대화를 되뇌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고칠 것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이 왜 이 장면을 불편해했을까?'라는 관점으로 접근했고, 그 결과 남편인 밥의 덩치가 아내 헬렌에 비해서 너무 크고 위압적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그는 헬렌이 작아 보이지 않게 초능력으로 키를 늘이면서 대화하도록 바꾼 후 두 번째 사내 상영을 했습니다.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저번보다 훨씬 낫네요. 지금의 대화가 좋아요'라고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대사를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처럼 피드백을 주는 사람은 대부분 직감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직감이 그러한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할 뿐입니다.


그래서 피드백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근본적인 이유에 다가서야 합니다.  

첫 번째 방법은 위의 에피소드처럼 내가 찬찬히 곱씹어보고 스스로 찾아내는 것인데, 이는 내공이 많이 쌓여야 할 수 있을 겁니다.

두 번째 방법은 피드백을 준 사람에게 질문을 던져 더 많은 힌트를 얻는 것입니다. 저는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이런 질문을 모두가 모인 회의자리에서 하면,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좀 더 근본적인 문제 찾기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회의 집중도가 올라가고, 문제를 밝힐 가능성이 높으며  그러다 보면 적절한 대안도 의외로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상황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사용자 프로필 화면을 기획 리뷰 회의

<피드백을 있는 그로만 받아들인 기획자>

-피드백1: 프로필에 인기글이 디폴트인 게 더 좋지 않아요? 더 재밌잖아요

-피드백2: 난 최신글이 있는게 좋던데

-사람들 : 맞아맞아, 인기글이 좋아! 최신글이 좋아!

-기획자:  그럼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인기글/최신글 설정을 사용자가 하게 개선해볼까요?


<문제에 조금 더 다가간 기획자>

-피드백1: 프로필에 인기글이 디폴트인 게 좋지 않아요? 더 재밌잖아요

-기획자:  인기글이 왜 더 재미있으세요?

-피드백1: 처음 본 사람인데 제일 잘나간 글이 보여야 흥미가 생기죠. 이 사람 팔로우할지 빨리 결정할 수 있고

-피드백2: 난 최신글이 있는게 좋던데

-기획자: 최신글이라고 구분지어 말하는 걸 보면 글쓴 날짜가 언제인지까지 보시는거에요?왜요?

-피드백2 : 최근에 글을 안 쓰는 사람이면 굳이 팔로우하기 싫으니까. 요즘 얼마나 자주쓰나 보는거죠

- 기획자 : 두 분다 프로필 화면에서 '이 사람을 팔로우할까말까' 가 제일 중요한 일이네요. 그러면 이 사람을 팔로우할 때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를 먼저 논의해볼까요? 글 목록을 개선해서 해결할지, 다르게 접근할지는 그 다음에 다시 이야기해봐요

 

위의 예시는 간단하고 이상적으로 정리되었지만, 실전에서는 훨씬 더 많은 질문과 대화가 오갈 것입니다. 무엇이 더 낫다는 사람에게는 '어떤 순간이 불편해서' 그러했는지, 무엇이 불편하다는 사람에게는 '어떤 것을 기대했기에' 그러했는지, 같은 화면에서 '무엇을' 보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다 보면 조금씩 노하우가 생길 것입니다. 저도 수많은 피드백에서 엑기스를 얻어내기 위해 매일매일 더 노력하는 중입니다.


세상의 모든 기획자 파이팅!

피드백 주는 모든 분들도 고맙습니다. 그럼에도 기획자들도 사람이니 좀 더 따뜻하게 전달해주면 좋을 거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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