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말
엄마의 말 한마디
어릴 때부터 불안도가 높았던 나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되는 것은 언제나 엄마의 말 한마디였다.
그 어떤 책이나 뉴스보다 내가 가장 신뢰하는 것도 엄마의 말이었다.
중,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신나게 어떤 정보를 이야기하면 친구들은 반쯤 의심이 담긴 말투로 나에게 물었다.
그래? 그거 어디에서 들었어? 누가 그래?
응? 우리 엄마가 말해줬는데?
엥? 엄마가 말해준 거라고? 그걸 믿어?
친구들이 그렇게 대답했을 때 사실 조금 놀랐다.
생각해 보니 난 지금까지 엄마의 말을 의심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의 말은 정말 전적으로 믿었다.
불안한 아이
어릴 때 나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어려웠고 불안함이 아주 컸다.
지금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내가 불안해하고 적응을 못하는 것을 지켜보는 엄마도 늘 걱정이었을 것 같다.
새 학기엔 적응을 하지 못해서 결국 아파서 결석을 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었다. 당연히 개근상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나에게 엄마는 마치 비법을 알려주는 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어깨를 딱 펴고, 손을 내밀고 자신 있게 말해봐!
안녕! 친하게 지내자!
너는 이름이 뭐야? 우리 같이 놀래?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너는 뭐를 좋아해?
풋. 나에게 말도 안 되는 멘트였다. 저렇게 말하는 엄마가 너무 웃겼다.
나는 웃으며 "아이 됐어~ 난 못해"라고 대답했다.
괜찮아
엄마는 나에게 한 번도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약하고 자주 아팠던 내가 정말로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랐다.
지금은 많은 것을 도전하고 시도하지만 학창 시절 내내 집에만 있던 내가 정말 답답했을 것이다.
내가 뭐든 하길 바라셨고 다 지원해 준다고 하셨다.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웹디자인을 배웠는데 당시 상당히 많은 돈을 내고 컴퓨터 학원을 등록시켜 주셨다.
"테니스 배워볼래? 골프는 어때?
밖에 좀 나가라. 친구랑 놀아라."
아무리 말해도 나는 방구석에서 잠만 잤다.
엄마는 나에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제안했지만 난 늘 도전이 두려웠다.
내가 그걸 어떻게 해.
못하면 어떡해.
실패할지도 몰라.
아니 못하면 어때!
실패 좀 하면 어때!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지 뭐~
그땐 그냥 빨리 잊어버리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걱정 말고 일단 해봐!
엄마의 괜찮다는 그 흔한 한마디는 자주 내 마음의 파도를 잔잔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천국에서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괜찮아. 걱정 마. 아니면 말지 뭐~
고마워 엄마.
나는 지금 아주 많은 걸 하고 있어.
지켜봐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