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본 사람만 아는 맛
그땐 그랬었지
딩~동~댕~동~
1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면
도시락 뚜껑을 열고 오늘 반찬이 뭔가 살펴보지.
흰쌀밥에 소시지와 김치가 있으면
그날은 최고의 도시락이었지.
도시락 먹기에 딱 좋은 시간은
바로 1교시 끝나고였어.
쉬는 시간에 먹는 도시락은 정말 꿀맛이었지.
교실엔 아마 반찬과 김치 냄새가 진동을 했겠지.
게다가 사춘기 여학생들의 호르몬 냄새까지 섞여
괴상한 냄새가 났을 것 같아.
2교시에 들어오시는 선생님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시며 외치셨어.
"창문 다 열어!
누가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먹어!
다음에 걸리면 진짜 혼난다."
호랑이 선생님 수업이 2교시에 있는 날
도시락을 먹는 일은 없었단다.
그랬다간 죽도록 맞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2교시 수업시간엔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교과서에 흘린 침이 마르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벽에 있는 시계를 보지.
늘 정확히 수업 끝나기 5분 전.
이때부터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기를 기다리지.
수업 준비는 안 해도 쉬는 시간 준비는 철저해서
금방이라도 튀어 달려 나갈 준비를 하였지.
종이 울리면 누가 따라오기라도 하듯
전력질주를 하여 매점으로 뛰어갔어.
운동회 때도 달리기는 늘 꼴찌였는데
매점에 달려가는 건 일등이었지.
이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
그 짧은 시간에 미션을 완료해야 하기에
세상 느린 내가 세상 재빠르게 행동했지.
매점엔 아이들이 가득하였고
너도나도 계산해 달라고 난리였지.
꾸물거리다 수업종이 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야.
서둘러 삼각김밥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대에서 정신없는 매점 아줌마의 틈새를 기다리지.
계산을 마치면 배속에 집어넣고
수업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음악과 내 몸이 같이 계단을 뛰어올라
내 책상에 도착해. 휴.
미션성공.
점심시간엔 컵라면 먹어야지.
엄마는 늘 그렇게
매점을 사랑하는 아이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