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따르르르르르릉!"
존재감 높은 알람소리는 온 동네 사람들까지 모조리 깨울 수 있을 듯하다.
소음을 듣자마자 나는 인상이 구겨지고 본능적으로 탁 꺼버린다.
똑똑한 스마트폰은 내 행동을 예상하고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한번 더 크게 울려댄다.
영화 같은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 선율이 좋은 악기 연주곡을 설정한 적도 있었다.
쿨쿨 더 잘 잤고 꿈에서 알람소리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걸 몇 번 겪은 후 다시 가장 공격적인 알람 소리로 바꿨다.
아침이다.
하루의 시작이구나.
가장 먼저 시계를 본다.
1호가 학교에 늦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정말 8시에 일어난 적이 몇 번 있어서 늘 일어나자마자 시간을 확인한다.
중력의 힘을 힘겹게 이기고 겨우 몸을 가누어 침대에 잠시 앉아 있는다.
너무 오래 있으면 더 일어날 힘이 없기에 마음을 다잡고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한다.
많이 잔 것 같은데
내 몸은 아침마다 땅속으로 들어간다.
이게 중력의 힘인지 노화의 힘인지.
이 느낌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우울해진다.
몸이 힘들어 우울해지는 것인지,
우울해서 몸이 힘들어지는 것인지.
몸 vs 마음
몸과 마음의 병에 대해 생각하니 얼마 전 읽은 두 책이 생각났다.
몸과 마음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다.
뭐가 시작일까.
'인생의 태도'라는 책에선 생각을 강조하는 것 같다.
68p - 그래서 우리는 영혼을 가진 육체가 아니라 육체를 가진 영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늙어가는 신체적 형태는 나의 일부일 뿐 내가 늙어가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건 그저 삶에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입니다.
95p -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외부로, 신체로 확장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은 우리의 인간다움에 있으며, 이미 여기에 있습니다.
'내면소통'이라는 책에서는 정신은 몸의 기능에 불과하며 몸이 최우선 가치라고 한다.
415p -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감정은 몸의 문제이고 일종의 신체 현상이다.
471p - 감정의 원인은 생각이나 기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에 있다.
나라는 인간은
어릴 땐 늘 마음이 먼저 시작했었다.
그러다 결국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늘 몸이 먼저 시작이다.
이게 정말 노화로 인한 힘듦인지 모르겠다만
요즘은 늘 피곤하다.
낮잠도 자주 자야 한다.
자고 나도 개운한 것이 아니라
몸이 정말 천근만근이고 땅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렇게 몸이 힘든 게 지속되면 마음이 무너질 때가 자주 있다.
내 주변에서도 마음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몸까지 많이 아프거나
혹은 갑작스레 큰 병이 찾아와
마음의 병까지 얻는 사람들을 본다.
뭐가 먼저든 내가 멀쩡할 땐 주변을 돌아보고
관심을 가지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그들을 살릴 수 있고 나도 살 수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인생이 되기를.
나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