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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쥬디 아름쌤 Sep 05. 2024

02. 만약에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더욱 선명하게 그려지는 그날의 기억이

스크린 속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졌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할수록

만약에라는 의미 없고 헛된 가정의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끊임없이 찌르기 시작했다.


그래 만약에

만약에 그날 내가 늦지 않았다면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아니 아예 그런 망할 약속 따위는 하지 않았다면.

그때 내가 늦은 건 정말 그 이유가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그럼 지금 너와 난 같은 곳에 있었을까.

아니 그때가 아니더라도

네가 나에게 욕을 퍼부었을 때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진실을 말했다면,

그럼 이렇게 보내지도 못할 편지를 붙들며

울지 않을 텐데.


너는 왜 그랬을까.

나는 왜 그랬을까.

이제와 물어도 대답할 수 없는 너란 존재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그때의 나를

미워할 수밖에 없다.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 울며 비는 너를 보며

돌아서지 말았어야 하는데.

끝까지 그 꼴을 보고 있어야 했었는데.


알고 있었다.

8년 전 우리기 처음 만난 그 날.

그날도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이었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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