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장래희망
내 장래희망은 무엇이었나 생각해 본다.
초등학교 5, 6학년쯤 장래희망을 그림으로 그리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나는 기자라는 직업을 생각했고 그림으로 그렸다.
마땅히 표현할 방법을 몰라 교통사고가 난 현장에서 사진을 찍는 그림을 그린 것 같다.
중학교 때도 장래희망을 써서 내라고 했다.
나는 라디오 듣는 것을 아주 좋아하였다. 라디오 진행자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하는지 놀랐고, 여러 가지 고민 사연에 대한 답변으로도 위로를 받았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와서 대화를 할 때면 마치 내가 그 속에서 같이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장래희망에 ‘라디오 DJ’라고 적어냈다.
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선생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고치라고 한 것 같다.
고등학교 때에도 특별한 꿈이 없었다.
특별히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주입식 공교육을 비난하지만 그 굴레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그런 인생.
고3 아침 자율학습시간에 공부는 안 하고 신문을 본다고 혼났다.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아이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꿈이 없는 인생은 얼마나 하루하루가 허무한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이다. 꿈이 당연히 직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꿈을 꾸고 사는지 물으면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30대에 나는 다른 사람들이 대체 무슨 낙으로 사는지 너무 궁금하여 자주 물어보곤 했었다. 대답을 들으면 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정말 인생에 대한 태도가 차이가 났다.
사람은 꿈이 있어야 살아갈 힘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겨우 버거운 하루를 살다 보면 생각하지 못할 때도, 쉬이 잊어버릴 때도 있다.
취준생은 취업을 꿈꾸고
직장인은 퇴사를 꿈꾸고
어떤 이는 결혼을 꿈꾸고
누군가는 이혼을 꿈꾼다.
갑자기 라디오에 보냈던 사연이 떠올랐다.
2008년에서 2009년까지 했던 라디오프로그램이 있었다. 시간이 정말 애매한 새벽 4시였다.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시간이라는 콘셉으로 당시 푹 빠져있었던 가수가 진행하는 라디오라서 자주 듣곤 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새벽 4시라는 시간을 기다려 나는 라이브로 라디오를 듣고, 라디오 디제이는 녹음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하루는 내가 보낸 사연이 오프닝 멘트에 소개되어 너무 깜짝 놀란적이 있다.
“여러분, 화려한 솔로의 최후가 뭔지 아세요?
바로
독거노인입니다. “
당시에 화려한 솔로에 대한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라디오 게시판에 정말 짧게 글을 적은 것이다.
그런데 그 디제이는 갑자기 기분이 나쁘셨는지
“그래요?
전 독거노인이 될 겁니다! “
...... 쩝
왜 화가 나신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나는 아직 잊고 있었던 라디오 DJ의 꿈을 버리지 않고 내 꿈의 상자에서 다시 꺼내왔다.
꼭 이루리라.
사연 많이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