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별에서 왔니
기도
두 딸과 나는 매일밤 자기 전 기도를 한다.
"자 이제 기도 하고 자자.
누가 먼저 할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격 급한 2호는 대답 대신 먼저 기도를 시작한다. 예전엔 자기가 먼저 한다고 손들고 소리쳤지만 요즘엔 그마저도 하지 않고 기도를 시작해 버린다.
"하나님 오늘도
싸우지 않게 해 주세요.
밥 먹어요.
쑥쑥 자라게 해 주세요.
전도사님 말씀 잘 들어요.
친구들 해주세요 또.
재미있게 놀아요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오늘 34개월이 된 2호의 기도는 늘 가장 먼저 '싸우지 않게 해 주세요.'이다. 하지만 기도를 끝내면 바로 시비걸 준비를 한다. 무슨 말인지 나만 알아듣는 부정확한 말을 옹알거리며 다 '해주세요'로 끝이 난다.
아이들에게 늘 기도는 소원 비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 2호가 '해주세요'를 많이 말하는 걸 보니 내가 그러고 있나 보다. 씁쓸하다.
다음으로 차분한 1호의 기도가 끝나고 나도 기도를 했다. 이제 다 같이 자려고 불을 다 끄고 누웠다.
좋아서 그래
잠시 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잠들기 전 몸부림 소리와 짜증이 난 1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2호야 하지 마.
언니 그렇게 하면 아파.
힘들어. 하지 말라니까."
매일 벌어지는 상황이 시작된다. 잠들기 전 2호는 늘 언니를 괴롭힌다. 언니가 좋아서 그런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귀찮고 졸린 언니는 매우 힘들어한다.
2호는 언니를 발로 밀고, 몸으로 밀고, 머리로 밀고, 발차기까지 한다. 위험한 상황이 몇 번 있어 나에게 많이 혼나지만 몇 초면 리셋이 되는 2호의 괴롭힘은 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늘 에너자이저 2호보다 순둥이 1호가 먼저 잠이 든다.
얼마 전 2호가 누워서 다리를 위아래로 버둥거리며 발차기를 하다가 그만 언니의 광대뼈를 뒤꿈치로 내리친 사건이 있었다. 놀람과 고통의 비명이 들리고, 1호는 너무 아파서 울며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1호가 정말 착한 것이 그렇게 맞아도 동생을 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잠자리를 다 분리하고 싶지만 아직 엄마랑 같이 자고 싶다고 하여 우리는 셋이 같은 방에서 잔다. 전엔 둘 다 내 옆에서 딱 붙어 잤는데 너무 힘들어서 같은 방이지만 조금 떨어져서 잔다. 나도 자유롭고 싶다. 아빠랑 자면 안 되겠니.
어느 별에서 온 거니
그런데 도대체 2호는 어느 별에서 왔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1호와 다르다. 그날도 너무 말을 듣지 않는 저 작은 아가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처럼 때리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을 알지만 지혜롭지 못한 엄마는 엉덩이를 정말 세게 때렸다. 그 순간은 정말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아플 것 같았다. 2호는 처음엔 울지 않았으나 너무 아팠는지 곧 엉엉 운다. 하지만 금방 그치고 다시 자기 위해 깜깜한 어둠 속에 누웠다. 방금 그렇게 혼이 났지만 또 언니를 괴롭힌다. 둘이 어느정도 떨어져있고 둘 사이에 크고 긴 쿠션을 놓았지만 항상 언니의 자리를 침범 한다. 나는 너무 황당해서 화도 나지 않고 그저 포기하는 심정이었다.
얼마 전 아는 어르신께서 둘째는 태어나면서부터 환경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 그런 것 같다는 말씀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늘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내가 말하는 것을 어느새 듣고 있다.
늘 언니가 하는 것을 똑같이 하려고 하고, 어디 가는 이야기를 하면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쓴다. 당장 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차분히 설명을 해준다. 지금 가는 게 아니고 다음에 갈 거야. 그럼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한다. 나는 당연히 같이 가는 거라고 말하지만 두찌는 두세 번 더 물어본다.
그런 2호를 보며 여동생이 생각나기도 한다. 나와 여동생 그 자매의 타툼이 내 아이들에게도 일어나겠구나.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둘째는 알아서 큰 다고 하는 말처럼 알아서 잘 크는 것 같았는데 이제 시작인 것 같다.
그래 두찌 인생
앞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