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고, 친애하는
2024년 6월
시끌벅적 말소리와 신나는 음악이 뒤섞인 소리들이 공기 속에 가득 흘러 다닌다. 두 손을 꼭 잡은 중년의 부부는 추억을 만끽하는 듯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천천히 걷는다. 무대에선 음악에 맞춰 둠칫둠칫 춤추는 청춘들, 엄마아빠 손을 꼭 잡고 신이 나 통통거리는 아이들은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다.
초 여름 날씨에 맞게 열정적인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작은 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나에게는 정신없던 축제의 현장에서 이어폰을 낀 듯 고요하고 차분한 작은 골목을 천천히 걷고 싶어졌다.
한 남자가 조용히 앉아 있었고, 재생용지에 살아있는 나뭇잎이 끼워져 깔끔하게 포장된 것이 책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의 호기심으로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
“이건 뭐예요?”
너무 뻔하고도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그냥 둘러보고 가려고 했으나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그에게, 이곳에도 책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 하나쯤은 있다고, 나는 이제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알리고 싶었나 보다.
저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다니.
어느 누구도 이곳을 지나며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내가 묻자 남자는 오히려 당황하였다.
그리고 이 책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나는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들었다.
포장이 예쁘게 되어있어서 표지와 제목은 볼 수 없었지만 연필로 작게 제목과 가격은 적혀 있었다.
“그럼 뭐가 재미있어요? 한 권 추천해 주시겠어요?”
그래 이번 질문은 괜찮았어.
이 분위기 속에서 나는 그냥 책 한 권이 사고 싶었다.
그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한 권을 추천해 주었다.
할머니와 딸 그리고 손녀까지 이어지는 사람 간의 관계와 심리 등을 표현한 소설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나는 무척 궁금했고 좋은 추천임을 웃음으로 대답해 주며 신랑카드로 구매했다.
나는 딸이고 나에게는 딸이 있고, 천국에 간 엄마도 있다. 이 책이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졌다.
집에 와서 포장지를 뜯었다. 포장이 마음에 들었기에 쉽게 뜯지 못했지만 책을 빨리 보고 싶었다.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살짝 보라색이 섞인 진한 파란색 꽃인가 그런 것이 그려져 있었는데 색감이 내가 좋아하는 계열이라 좋았다.
엄마이자 딸이고, 딸이자 손녀인 삼대가 겪었던 각자만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다.
누군가에게 엄마는 창피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엄마에게 그토록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엄마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엄마가 엄마가 아닌 본인 자신으로 사는 것은 과연 이기적인 것인가.
책을 다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사람이 과연 얼마나 다른 이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가장 큰 사랑을 갈구하고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남아있는 가족에게 용기를 내어 사랑의 표현을 하고 싶다.
언젠가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