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훈 지음
공저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다. 막상 글을 쓸 생각을 하니 너무 막막하고 걱정이 된다.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과 생각을 해봐도 잘 떠오르지가 않았다. 최리나 작가님께서 에세이를 많이 읽어보라고 하셔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신간코너를 서성이며 책들을 살피던 중 제목을 보자마자 이 책을 바로 집어 들었다.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
아...
가슴에 무언가가 훅 밀려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정말 이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제목을 보자마자 그토록 아팠던 엄마의 그 마른 등이 생각났다.
엄마가 암과 싸우고 있을 때, 항상 등에 담요를 두르고 있었고 매일 등을 쓰다듬어 달라고 했다.
그 마르고 뼈밖에 없었던 등.
가끔 나의 아이들의 등을 쓰다듬을 때 엄마생각에 눈물이 흐른다.
아 그런데 제목이 '엄마의 마른 등을 만질 때'라니…
너무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를 넘겨 작가의 설명을 보았다.
엄마의 투병이 시작된 후에야
엄마의 삶이 보였다.
...
새로 알게 된 엄마를,
생을 관통하는 슬픔과 통증 속에서도
서로를 지켜낸 엄마와의 시간을 남긴다.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함께 견디는 사람들,
누군가의 부재 앞에
오래 혼자였던 이들과 나누고 싶다.
- 양정훈 -
이 책은 엄마 아빠가 암에 걸리시고 투병하시는 이야기, 엄마와 가족에 대한 내용의 에세이 책이다. 너무 슬픈 내용이지만 한편으론 부러웠다. 엄마와의 기록을 이렇게 책으로 남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청천벽력 같은 암선고와 투병생활을 읽다 보니 나도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슬픔과 어두움에 휩싸인다.
책에서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인터넷 카페가 나온다.
아 맞다.
나도 그 카페에 자주 들어가곤 했었지 생각하며 핸드폰을 열어 다시 그 카페에 들어갔다. 프로필을 누르니 내가 쓴 글이 아직 남아있었다.
작성글 22개.
기록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다.
그 어떠한 역사책의 기록보다 나에게 보물 같은 기록을 찾았다. 엄마에 대한 기록.
나는 기억력이 너무 없기 때문에 엄마가 처음 아픈 것이 몇 년도 인지도 정확히 몰랐다. 너무 큰 아픔과 충격이라 일부러 잊은 것도 있다. 그런데 기록이 되어있으니 다시 한번 제대로 알게 되었다.
속으로 이걸로 글 쓰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나.
그 와중에 글 쓸 거리 찾았다고 안도하고 있는 나의 꼴이란.
처음부터 하나하나 읽어보다 혼자 있던 식당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져 흘렀다.
더 이상 볼 수가 없어 닫아버렸다.
그렇게 울고서도 살아있는 나는 주문한 점심을 먹었다. 처음 음식이 나왔을 땐 장례식장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기분이었다.
친척 어른들은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평소 세끼를 먹지도 않는데, 먹기 싫은 밥을 식사 때마다 억지로 먹어야 했다.
그런데 그 생각도 잠시 야채와 해물이 가득한 짬뽕은 너무나 맛있었다.
젠장. 나 같은 인간이란.
아직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정말 많은 공감이 된다.
작가님이 글을 정말 잘 쓰시고 표현도 잘하신다.
가족이 아프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고 다른 세상이다.
이런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그 아픔과 마주하여 치유가 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