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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쥬디 아름쌤 Sep 09. 2024

엄마가 제일 이쁘던데?

30대 같아!


 "언니 나왔어?

 나 어쩌다 일찍 나왔는데 엄마들 아무도 없는 것 같아. 하하."


 "아니, 난 이제 둘째 보내고 집 가서 준비하려고.

대충 하고 가야지 뭐. 얼른 갈게~“


딸 친구 엄마가 연락이 왔다.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 아이의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하필 전날부터 목이 칼칼하고 감기기운이 있어 1호는 엄마가 학교에 오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비타민c를 왕창 때려 넣고 마스크를 쓰고 잤더니 좀 나아졌다.



아침에 둘째를 등원시키고 나도 준비를 하고 가야 해서 마음이 조급했다.

둘째를 보내고 나니 벌써 시간은 오전 9시.

2교시 시작이라 9:50분까지 교실에 가야 한다. 다행히 학교 코앞에 살고 있어 뛰어가면 1분이면 가능하다.



씻고 대충 화장을 하고 옷을 골랐다.

사실 옷을 무엇을 입을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제 다른 엄마가

"무슨 옷 입고 가세요?"라고 물어서

"에? 옷이요? 아 생각을 안 해봤는데, 그냥 대충 입고 가죠 뭐."

라고 했지만 대충이 대충이 아닌 것처럼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피스를 입을까 생각하다

예쁜 것보다 어려 보이는 것을 입어야겠다 생각에

하얀 통청바지(?)에 어울리는 깔끔한 티를 바지 속에 넣고 높은 굽 크록스를 신었다.

그래. 이 정도면 됐어.

서둘러 집을 나서 후문으로 갔다.



수업은 '동시'를 배우고 쓰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의 장점을 미리 쓰게 하였고, 그것들을 가지고 시를 써보는 것이었다.



"이제 시~작!

엄마 아빠를 위해 예쁘게 써보세요.

시간 많이 안 줘요.

다 쓰면 발표할게요."



다른 아이들은 거침없이 써나가는데, 무엇이든 하기 전 생각이 많은 첫째는 한참을 가만히 있는다.

옆에 미리 써놓은 장점들이 있는데도 고민을 하고,

제목 한 줄 써놓고 마냥 기다리고 있다.

선생님이 이제 곧 종료라고 하는 순간에도 많이 쓰지 못했다.



"자, 이건 제가 할까 말까 고민한 건데,

엄마 아빠도 우리 아이들에게 시를 써줄 거예요.

할까요 말까요?"


"해요! 해요~ 해요."

아이들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종이를 나눠 받고 아이들이 발표를 하는 동안

갑자기 시를 쓰게 되었다.

오 마이갓. 갑자기 시 쓰기라니.

잘 쓰고 싶었지만 나의 부족한 어휘력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자녀에게 쓴 시는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주라고 하셔서 1호에게 주었다. 12시에 또 도서부 봉사가 있는 날이라, 반에 있는 아이들의 작품을 둘러볼 시간도 없이 인사를 하고 집에 왔다.



학원을 다 마치고 저녁이 되어 1호가 집에 왔다.

"엄마, 선생님이 엄마가 쓴 시를 보고 놀라시던데?

엄마 잘 썼나 봐~"

하면 웃는다.


나도 기분이 좋아서 대답했다.

"우와 정말!? 야호~ 신난다."


"엄마는 내가 쓴 시 읽어 보고 어땠어?"

"엄마는 정말 감동받았어.

우리 1호가 정말 잘 썼더라고."

"고마워. 엄마"


"우리 이제 시 쓰는 것도 자주 해보고 연습해 보자."

"그래 좋아!

근데 엄마 이건 진짜 내가 거짓말 아니고

솔직히 말하는 건데."


"뭔데?"


"내가 잘 살펴봤는데 오늘 엄마들 중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이쁘더라."

"와 정말? 고마워!"


"진짜야!

엄마 화장하면 30대 같아!"



"하하핳하하하하하하하 고마워."

‘얼마 전에 30대였는데…‘



사실 숫자 개념이 없는 1호는

내 나이를 얼마 전에 제대로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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