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갭의 샘물
얼마 전 시장에서 저녁거리를 사고 무거운 짐을 양손 무겁게 들고 집에 가던 중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점점 체력이 더 안 좋아진다.
아 힘들다. 나도 늙는구나.
젊음이 부럽다. 청춘이 부럽다.
저 청춘들을 모르겠지. 나도 몰랐으니.
지금 이렇게 몸이 힘들어지고, 세월이 흐르는 것이 실감 나는데 할머니가 되면 어떨까.
아 모르겠다. 그냥 지금이 너무 소중하다.
오늘이 제일 젊으니까.
만약 내가 평생 20대라면 과연 이렇게 삶이, 하루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까.
그래. 절대 모를 것이다.
시간을 소중하게 쓰지도 않을 것이고,
나는 백퍼 할 일도 제대로 안 하고 열심히 살지도 않을게 분명하다. 에잇.
오늘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트리갭의 샘물'
큰아이 읽으라고 내가 빌린 책인데, 결국 읽지 못하고 반납기한이 되었다. 반납처리를 하고 아쉬운 마음에 앉아서 그 책을 좀 읽었다.
반쯤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빨리 다 읽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오늘 아침에 1호가 하교시간에 엄마가 비타민을 가지고 오면 좋겠다고 해서, 꼭 얼굴 보러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대로 다시 대출을 해서 집에 왔다.
트리갭의 샘물이 있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말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좋을까.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지겨울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만약 나에게 트리갭의 샘물이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여기 영원히 사는 가족이 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아들 두 명이다. 아들들과는 달리 영원히 사는 것을 가장 괴로워하는 사람은 바로 아빠다.
할 수만 있다면 샘물을 마시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고, 밤마다 그 꿈을 꾼다.
"아무것도 영원히 죽지 않아도 된다면 좋을 텐데."
"글쎄, 그럴까...... 그렇게 되면, 사람은 물론 이 세상엔 생물이 너무나 많아져서 얼마 안돼 터져 나가도록 복잡해질 텐데." - 124p
주인공 여자아이 위니는 영원히 살 수 있는 샘물에 대해 알게 되고, 언제든 영원히 살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아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다 읽고 나니 한 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다.
찾아보니 이 소설은 영화 ’Tuck Everlasting‘으로 제작되었다고,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고 한다.
이 세상에 끝이 있다는 게 누군가에겐 위로일 수 있다.
각자의 끝은 어느 누구도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그저 영원히 살 것처럼 살지는 않으려 한다.
오늘의 소중함을 알고,
천국에 소망을 두고,
하루하루를 선물로 여기고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