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다. 1호의 소원대로 친구집에서 놀고 오후 늦게 광화문으로 출발했다. 대체 여름의 끝자락은 언제일까. 에어컨을 틀어도 차 앞 유리에 쏟아지는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에 얼굴이 뜨겁다. 달리는 차 안에서 지나가는 나무와 건물을 바라본다. 하늘에 있는 구름을 볼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한 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다. 이미 시간은 5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해는 뜨겁고 몸이 끈적거렸다. 거리엔 한복을 입은 아이들과 금발의 외국인들이 지나다닌다.
커다란 금빛의 세종대왕 동상을 발견한 1호는 소리를 지르며 달려간다. 위인전으로 읽었던 세종대왕이 동상으로 있는 거리에 간다고 말해주었는데 직접 보니 신기하였나 보다. 유모차에 타고 있던 2호도 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해시계와 물시계를 유심히 살펴보고 동상 앞에서 남길 사진을 찍으려 포즈를 취한다.
찰칵찰칵 사진을 찍고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으로 향했다. 말랑말랑 현대사,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특별전, 석탄시대 등의 전시를 보았다. 특히 말랑말랑 현대사에서는 연도별 카드를 뽑아 기계에 찍으면 설명도 해주고 스티커 사진도 찍었다. 옛날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기, 처음 나온 칼라 티브이,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잘 기르자던 시대의 포스터 등등 아이보다 내가 더 신나게 구경을 했다. 옥상에 올라가니 탁 트인 곳에서 북악산을 배경으로 경복궁과 청와대까지 보였다.
아점만 대충 먹어 너무 배가 고팠던 우리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다. 밥을 먹고 간식도 먹고 싶어서 밥은 간단하게 먹을까 했는데 지도에 찾아보니 김밥천국이 있는 게 아닌가. 광화문에서 김밥천국을 만나다니. 정말 천국이구나. 김밥과 라면, 우동을 맛있게 먹고 나머지 거리의 축제를 즐겼다.
야외 영화관과 야외 도서관에서는 더운 날이지만 저녁에 나와 밤거리를 즐기며 책 읽는 사람들과 영화도 상영하고 있었다. 시원한 가을이 오면 더욱 좋을 장소였다. 땅에서 솟아나는 분수에 몸을 흠뻑 적신 아이들은 어두운 저녁에도 그칠 줄 몰랐다. 1호, 2호도 물에 발을 담그니 시원하다고 하였다.
집으로 가자고 하니 집순이 1호가 웬일로 너무 아쉽다고 하였다. 곧 다시 올 것을 약속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걸 보니 이번 서울 나들이는 성공적이다.